미래 약속하고 북·일 현안 소통했지만…과거사 여전히 평행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상과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났다. 양측은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긴밀한 소통"을 강조했지만, 과거사 문제에선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60주년 긴밀 소통"
실제 양국은 내년을 분수령으로 관계를 한 차원 더 끌어올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부 소식통은 "60주년을 평범하게 넘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여러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제2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 선언'(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혹은 한·일 판 '엘리제 조약'(1963년 독일·프랑스의 화해협력조약)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교장관 차원에서 본격적인 준비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를 포괄적으로 엮을 수 있는 컨트럴타워가 필요하다"며 "양 정부가 힘을 실어 실질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장관 간 첫 상견례가 이뤄진 만큼 정상급 셔틀외교가 재개될 시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3월과 5월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이 이뤄진 만큼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한국을 찾을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는 "추진되는 바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北 물밑 접촉도 논의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일본)납치 피해자 문제를 비롯해 억류자, 국군포로 등 다양한 북한 인권 사안에 대해 한·일이 협력해 문제 해결에 기여해 나가자"고 말했다. 북한은 납북자 문제는 이미 해결된 만큼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는데, 이런 궤변이 북·일 대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는 여전히 걸림돌
우선 한국 법원에 공탁금을 맡겨둔 일본 피고 기업은 히타치 조선이 유일하다. 대법원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줄곧 이행을 거부하는 미쓰비시중공업이나 일본제철 등은 공탁금을 납부한 적이 없다. 외교 소식통은 "히타치조선 사례는 예외적이라 양국 관계에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과거 강제징용 관련 사안을 '한국 때리기'에 활용하던 일본도 이번엔 국내정치적으로 기시다 내각에 위기인데도 불구하고 '로키'(low key)로 접근하며 관계를 관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이 주장하는 이른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인 22일을 하루 앞두고 양국 외교장관은 서로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회담에서 조 장관은 일본 시마네현의 관련 행사 개최에 항의했고 이에 가미카와 외상은 억지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정부는 전례에 따라 이날 외교부 대변인 성명과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 초치를 통해 항의했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일본 외에도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과 G20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양자 회담을 했다. 이날 오후(한국 시간 23일 오전 1시)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가미카와 외상과 취임 후 첫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열 예정이다. 조 장관은 브라질에 이어 미국을 방문해 오는 28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회담한다.
박현주(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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