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이후 미술품 해외 거래 푼다…‘국가유산’ 오는 5월 시행
이중섭(1916~1956), 김환기(1913~1974), 박수근(1914~1965)…. 한국 근현대미술을 이끌어간 이들 작가의 주요 작품은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거나 팔리는 게 어려웠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일반동산문화유산에 포함되는 현대미술유산(제작된 지 50년 경과)은 해외 반출·수출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1946년 이후 제작된 것은 제한없이 해외로 뻗어갈 수 있게 됐다. 오는 5월 17일 시행되는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탈바꿈하고 관련 법령과 체계가 확 달라지면서다.
문화재청은 22일 서울정부종합청사 별관에서 2024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국가유산 체제 전환을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오는 5월 국가유산청으로 새 출범하면서 조직·제도를 확 뜯어 고친다. 기존의 문화재가 '과거 유물'이나 '재화' 느낌이 강했다면 새로 도입되는 ‘국가유산’은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을 아우르면서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유산(heritage)이 된다. 지난해 관련 법령의 입법화 절차가 끝났고 오는 5월 시행만 남아 있다. 최응천 청장은 “과거 문화재보호헙 아래 복잡하게 묶였던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비·관리함으로써 국민이 더 폭넓게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문화재보호법의 족쇄에 얽매였던 근대 미술품의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해진다. 1946년 이후 작품들이 대상이다. 이종희 문화재보존국장은 “해방 이후 전업작가가 늘어나고 미술품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역사를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미술품의 해외 거래가 활발해지면 세계 시장에서의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 일반 동산문화재가 덩달아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이미 주요한 근대 문화재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이를 보완할 법령도 예정돼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체제 개편에는 국가유산 관련해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고 합리화하겠다는 의지가 깔렸다. 최 청장은 “과거 62년간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인해 ‘규제기관’ ‘개발에 방해되는 기관’이란 인식이 있었는데 국가유산으로 바꾸면서 미래 가치의 창출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과 관련해선 조사·보존·활용 및 환수 협력을 강화할 현지 거점을 확대한다. 현재 미국과 일본에 있는 거점을 프랑스 파리에도 설립해 프랑스국립도서관 소장 한국유산을 우선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보수정비 등 문화유산 국제개발협력(ODA) 사업도 관련 예산 증액(131억원, 전년 대비 173% 증가)에 맞춰 확대한다.
강혜란(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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