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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대로 또 막힌 ‘가자 휴전 요구 결의안’…中 “강한 불만”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의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20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쳐졌지만 미국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다. 휴전을 권고하는 안보리 결의안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좌초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팔레스타인 문제가 포함된 중동 상황을 의제로 회의를 열어 알제리가 초안을 작성한 가자 지구 휴전 요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표결 결과 15개 이사국 중 한국을 비롯한 13개 이사국이 찬성을 표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반대, 영국이 기권하면서 결의안이 부결됐다.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고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의 거부권 행사가 없어야 한다.

알제리가 상정한 결의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고 ▶가자 지구 전역으로 인도주의적 구호물자를 전달하며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에 반대한다는 내용 등이 골자다.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몰려 있는 가자 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강화해 민간인 희생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즉각적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 여론을 반영한 것이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이 가자 지구에서의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놓고 투표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美 “인질 협상 위험 처할 수 있어”
미국은 결의안 표결에 앞서 “해당 안을 통과시킬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인질 협상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 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테이블에 올라온 결의안은 하마스 인질 석방 요구 없이 즉각적이고 조건없는 석방을 요구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며 “지금은 이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가 아니다”고 거부권 행사 이유를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브렛 맥거크 중동 담당 특사가 21일부터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차례로 방문해 인질 석방 협상을 벌일 예정”이라며 “민감한 협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안보리) 결의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알제리 제출안에 반대하는 대신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는 방식에 근거해 임시 휴전을 촉구하는, 일종의 조건부 휴전 요구안이다. 이와 관련해 커비 보좌관은 “현 시기 영구 휴전은 하마스의 인질 석방 책임을 완화시키고 통제권을 계속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적절한 때가 아니다”고 했다. 미국이 이날 제출한 대안에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비난하고 하마스의 가자 지구 통치에 반대하며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군 공격에 우려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황준국 대사 “인도주의적 휴전 시급”
하지만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휴전 요구 결의안 채택이 무산되면서 일부 안보리 이사국과 국제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마르 벤자마 알제리 주유엔 대사는 “휴전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며 “오늘 잘못된 결정이 내일 중동 지역과 세계에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공식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유엔 웹TV 캡처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대한민국은 가자 지구 민간인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인도주의적 휴전이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해 알제리가 제시한 결의안을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결의안에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대한 규탄이 빠진 것은 유감이며 대한민국은 인질 석방을 위한 진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해 미국이 제시한 대안에도 보조를 맞췄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중국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강한 실망감과 불만을 표한다”며 “(가자 지구 휴전에 반대하는 것은) 학살을 지속하는 데 대해 청신호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장쥔(앞줄 가운데) 주유엔 중국대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가자 지구 휴전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과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美 무슬림단체 “美 거부권, 부끄러운 일”
국제 인도주의 단체에서도 “미국은 인종 학살의 심각한 위험으로부터 팔레스타인을 보호하고 옳은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 반대의 길을 택했다”(아그네스 칼라마드 국제앰네스티 국장),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보호하려는 모든 노력을 사실상 방해하는 결정”(에브릴베누아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등 비판이 나왔다. 미국 최대 무슬림단체 미·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미국의 거부권 행사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변호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소탕될 때까지 휴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존 노선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이스라엘 지킴 군사기지를 방문해 “이스라엘은 하마스 제거와 모든 인질의 석방 등 모든 목표를 이룰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구(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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