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공의 파업 엄정대응”…송달거부 ‘블랙아웃’ 안통한다
20일 전공의 6400여명이 사표를 내거나 의료현장을 떠난 것과 관련, 대검찰청이 “불법 행위에 대해 강제수사를 포함,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정부가 국민 건강을 이유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파업, 2014년 원격의료도입·의료영리화 반대 집단휴업 때처럼 대규모 형사고발 및 수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①의료법 위반, 업무개시명령 송달 관건…교사 가능성도
검찰은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의사와 병원에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59조(지도와 명령)에 주목하고 있다. 이 법 제3항에 따르면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기관에 대해선 개설허가 취소 또는 폐쇄 명령이 내려질 수 있고(의료법 64조) 의사 개인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만약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료법 65조에 따라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선 명령이 제대로 송달됐는지가 쟁점이다. 명령이 제대로 송달되지 못했을 경우 법 위반을 피해갈 수도 있어서다. 이 때문에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반대 휴업 당시에도 일부 전공의들은 송달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전원을 꺼두는 이른바 ‘블랙아웃’ 전술을 펴기도 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파업을 주도한 신상진 당시 의권쟁취투쟁위원장(현 성남시장)은 2005년 대법원에서 ‘업무개시명령 송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파기환송 결정을 받아냈다.
의료법 교사·방조 혐의도 거론된다. 2020년 집단휴진 당시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이런 행동 지침(블랙아웃)으로 적법한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어렵게 하는 것은 명령 거부에 대한 적극 조장 및 독려 행위에 해당해 의료법 위반 교사 내지 방조로 처벌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②공정거래법 위반은 판례 엇갈려…강제성이 쟁점
대한의사협회 등이 의사들에게 파업을 강요한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에 대한 과거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이 경우 의협이 파업을 강제했는지가 유·무죄를 갈랐다. 2000년 파업과 관련해 2003년 대법원은 “휴업·휴진할 것과 참석 서명 및 불참자에 대한 불참 사유서를 징구할 것을 결의하는 등 행위는 이른바 단체적 구속으로서 휴업·휴진을 사실상 강요한 것에 해당한다”며 공정거래법 26조(현 51조) 1항 3호 위반으로 결론 내렸다.(대법원 2001두5347) ‘사업자단체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2014년 파업과 관련해 2021년 9월 대법원은 “원격의료 및 영리병원 허용정책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휴업 참여 여부는 소속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며 “하루 휴업을 실행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회원들에게 통지한 행위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 또는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특성상 의료기관 간의 경쟁으로 의료서비스 가격 인하가 유발되지 않기 때문에 파업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행위(현 공정거래법 51조 1항1호)도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 2016두36345)
③ 인계장 삭제, 전산망 비번 바꾸면 업무방해 가능성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전공의 공백을 대체할 PA(진료보조) 간호사들이 컴퓨터에서 환자 기록을 볼 수 없도록 전산망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하는 등 내용이 게시된 것과 관련해선 인수인계 여부가 쟁점이다. 집단퇴직 전 인수인계가 이뤄졌다면 그 과정이 다소 소홀했다 하더라도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등에 비춰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지만(서울고법 2011노233), 이를 넘어설 경우 얘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한 의사 출신 변호사는 “의사들이 편의상 만든 인계장이라 하더라도, 인수인계 부실을 넘어 존재하는 문서를 적극적으로 지우는 등 행위는 정황이나 그 행위의 효과에 비춰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다만 실무상 간호사들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아이디·비밀번호를 이용해 대신 처방을 해왔는데, 의사 없이는 이 행위가 불법이 되는 만큼 굳이 비밀번호 등을 바꾸는 건 불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허정원(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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