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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약] 튀김을 사 먹는 게 나은 이유

집에서 튀김을 만들고 나면 남는 기름이 문제다. 한 번 쓰고 버리기는 너무 아깝다. 그렇다면 튀김 기름을 몇 번까지 재사용할 수 있을까? 답은 조건에 따라 다르다. 튀김을 할 때 온도, 튀김옷을 입히는 방식 또는 튀김 재료, 튀김기 사용 여부 등에 따라 3~4번이 될 수도 있고 7~8번이 될 수도 있다. 2010년 서울대 연구 결과 가정에서 튀김을 만들 때 3일 간격으로 세 번까지 사용하여도 큰 문제가 없었다. 튀김에 세 번 사용한 기름을 10일까지 저장해도 산가 및 과산화물 수치가 기준치보다 낮고, 관능검사에서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튀김 기름을 여과하든, 여과하지 않고 보관하든 차이가 없었다.
 
재사용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한 번 튀김에 사용한 기름을 다시 쓰면 튀김의 풍미를 더 깊게 해준다. 재료의 풍미 물질이 기름 속으로 녹아들기 때문이다. 팬에서 식재료를 가열하면 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하여 구운 음식 특유의 풍미와 갈색을 내는 물질이 생성된다. 이른바 마이야르 반응이다. 한 번 사용한 기름에는 마이야르 반응의 스타터가 되는 물질이 많이 남아있어서 갈변 반응이 더 쉽게 진행된다.
 
고기를 구울 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고기를 구운 팬에 기름을 그대로 남겨둔 채로 기름을 조금 더 붓고 겉면을 센 불로 익히면 더 빠르게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한다. 같은 팬에 두 번째로 구운 스테이크가 맛이 더 좋은 이유이다. 요리사들이 새 튀김 기름에 재사용 튀김 기름을 섞어 쓰는 이유도 이와 동일하다.
 
가정에서 튀김을 만들면 식당보다 더 깨끗한 기름을 쓰게 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와 정반대이다. 집에서 재사용하는 튀김 기름은 식당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변질하기 쉽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전용 튀김기는 기름을 바닥보다 위쪽에서 가열하므로 가장 아래쪽의 기름은 비교적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작은 파편이 떨어져 나오더라도 아래로 가라앉을 뿐 타지 않는 구조다. 반대로 집에서 냄비나 팬을 가열할 때는 부스러기가 밑에서 타면서 기름을 산화시키기 쉽다.
 
튀김은 집에서 가장 위험한 조리 방식이기도 하다. 튀김 기름에 불이 붙으면 화재의 위험이 있다. 튀기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증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건강에 그다지 유익하지 않다. 전을 부치든, 튀김을 만들든 기름을 사용하여 조리할 때는 후드를 켜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게 건강에 좋다.
 
기름이 산패하여 쩐내가 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재사용은 가능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남은 기름을 다 먹다 보면 섭취 칼로리가 과잉이 될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튀김은 밖에서 사 먹는 게 나은 음식이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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