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해경, 대만 유람선 무단 검문…승객들 "끌려갈까 두려웠다"
20일 연합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전 진샤해역(金厦海域·진먼-샤먼 해역, 중국명 샤진해역)에 중국 해경선 4척이 먼저 나타났다. 오후 들어선 해경선이 6척으로 늘었다.
해경선들은 오후 4시47분께 소진먼도 서쪽에 위치한 다단(大膽)·얼단(二膽)도 인근 항로를 운항하던 대만 유람선 추르(初日)호(198t급)에 접근해 강제로 정선시켰다. 이어 중국 해경 6명이 유람선에 올라 불심검문을 시작했다. 당시 추르호에는 대만인 관광객 23명과 선원 11명이 타고 있었다.
중국 해경은 추르호 선장에게 항해계획서, 선박 증서, 신분증 등을 검문하고 오후 5시19분쯤 철수했다. 신고를 받은 대만 해순서(海巡署·해양경찰 격)은 오후 5시33분쯤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한 뒤 추르호를 호위해 진먼도로 돌아왔다. 돌아온 관광객들은 “무서워 죽을 뻔했다”, “대만으로 돌아갈 수 없을까 두려웠다” 등 검문 당시 공포감을 토로했다.
대만 섬에선 200여㎞ 떨어져 있고, 오히려 중국 해안과는 10㎞ 지척거리에 있는 진먼도는 한국의 백령·연평도와 비슷한 양안간 최전선에 해당한다. 14만 명의 진먼도 주민은 대부분의 물자를 대만에 의존하지만, 중국으로부터 담수를 공급받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은 1949년 9000여명의 병력을 상륙시켜 진먼도 점령에 나섰으나 성공하진 못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58년부터 20여년간 진먼 포격전을 감행해 47만발의 포탄을 발사했다.
이날 중국의 기습 검문은 전날 경고 직후 이뤄졌다. 지난 17일 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샤진해역에 이른바 금지·제한 수역은 없다”며 대만의 관할권을 부정했다. 이어 18일엔 간위(甘羽) 중국 해경국 대변인이 “샤진해역에서 법집행 순찰을 일상화하겠다”며 해상 불심 검문을 예고했다.
이례적인 검문에 대만 당국은 중국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19일 대만의 해순서는 “대륙 측은 평화와 이성을 견지하고 진샤해역의 안녕을 함께 유지할 것을 호소한다”며 “동시에 국인(대만인)은 해상 활동 시 대륙측 수역에 접근을 피하라”고 밝혔다.
“진먼도 제2의 센카쿠화 우려”
중국의 압박은 오는 5월 20일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천스민(陳世民) 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는 중앙통신에 “5월 20일 총통 취임사의 양안 관계 부분에서 ‘중국이 듣고 싶지 않은 말’이 포함되지 않도록 중국이 일방적으로 불안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안 사이에 우발적 발포를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자오춘산(趙春山) 대만 단장(淡江)대 중국대륙연구소 명예교수는 “베이징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는 해경의 법집행 순찰을 일상화한 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총을 닦다 격발되는 일’(擦槍走火·찰창주화)”이라며 “이러한 리스크는 증가할 뿐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먼저 전쟁을 시작하진 않겠지만 계속해서 법리적으로 대만의 주권에 도전할 것이란 예상이다. 자오 교수는 또 “라이 총통의 취임사가 양안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정세의 악화를 피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존 어부 2명 중국측 인계
신경진(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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