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있으면 피곤한 초저출산 국가"…韓노키즈존 때린 외신
19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몽드는 “한국 사회가 저출산 문제로 고통을 겪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라며 “어린 고객의 입장을 거부하는 많은 수의 시설이 그 증거”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전국의 노키즈존이 542곳, 인터넷 이용자가 직접 구글 지도에 표시한 노키즈존도 459곳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부가 노키즈존 운영 사업주 205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결과,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서’가 68.0%(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다는 점도 소개했다.
르몽드는 한국은 “지난해 여성 1인당 출산율이 0.72명(프랑스는 1.68명)으로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노키즈존은 차별이라고 규정했다”며 “그럼에도 노키즈존 운영이 영업의 자유인지, 특정 계층을 겨냥한 차별로 볼지 한국 사회가 열띤 논쟁에 빠졌다”고 전했다.
제주도 의회에서 노키즈존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려 했다가 영업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반발에 부딪혀 ‘확산 방지’로 표현이 다소 완화된 사례도 언급했다. 법적 책임과 아동 차별이라는 딜레마에 직면한 일부 식당이 노키즈존 대신 ‘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부모 출입 금지’를 뜻하는 ‘나쁜 부모 출입 금지’라는 간접적 표현을 쓰는 실태도 전했다.
하지만 해당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외신들의 공통된 평가다. 아이를 갖기로 한 가족들을 더 설 자리가 없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WP는 “노키즈존 확산은 여성은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개념을 강화하고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더 강조해 출산 의지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노키즈존 확산이 사회적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르몽드는 “노키즈존 현상은 여러 범주의 인구에 낙인을 찍는 움직임”이라며 “이것이 학생이나 고령층까지 확대되고 있다” 고 비판했다. 한국 사회에서 집단 간 배제, 타인에 대한 이해를 거부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진단을 전하면서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은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우려스러울 뿐 아니라 세대 간 이해와 교류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노키즈존이 아닌 공공 환경을 관리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존 월 럿거스대학의 존 월 아동학과 교수는 WP에 “사업주는 어린이의 출입 자체를 금지하기보단 실내에서 시끄럽고 방해가 되는 행위를 제지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이승호(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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