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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메이프스와 매디간

박춘호

박춘호

팀 메이프스라는 인물은 마이클 매디간 전 일리노이 하원 의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10년 이상 매디간 전 의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게이트 키퍼’라는 별명을 얻었다. 매디간 전 의장과 접촉하거나 교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메이프스 비서실장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로 얻은 별명이다. 그와 매디간 전 의장의 관계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사건의 발단은 전국적으로 미투 광풍이 불던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이프스 비서실장은 매디간 의장 사무실에서 발생한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사무실 서기가 메이프스가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폭로한 직후다. 당시 스캔들은 더 큰 후폭풍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메이프스의 사임으로 일단락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이후 메이프스는 UPS 트럭 운전사를 하는 등 생활고를 겪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후 더 커진다. 2021년 메이프스는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한다. 매디간 의장이 재계와 결탁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다루는 재판에서다. 이 재판에 출두하면서 메이프스는 증언으로 인해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는 약속을 검찰로부터 받는다. 즉 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더라도 메이프스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은 없다는 의미다. 이는 검찰이 메이프스의 증언을 통해 매디간 전 의장의 부정부패 사실을 밝히기 위한 선택이었다. 메이프스만큼 매디간 전 의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확실히 아는 인물은 없기 때문이다. 단 조건은 붙었다. 메이프스가 진술한 증언은 사실이어야 했다. 거짓으로 증언한다면 당연히 이에 따르는 위증죄가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프스는 사실만을 말하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형벌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메이프스는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 불이익보다 보스의 안위를 챙겼다. 법정에서, 대배심원 앞에서 거짓 증언을 한 것이다. 거짓 증언은 도청을 통해 밝혀졌다. 가장 확실한 위증은 마이클 맥클레인과의 대화와 이메일을 통해 드러났다. 맥클레인 역시 매디간 전 의장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이미 컴에드 스캔들과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메이프스는 법정 진술을 통해 매디간으로부터 어떠한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메이프스는 맥클레인과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매디간으로부터 성추행 관련 스캔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논하고 대책을 세운 사실이 공개됐다. 또 루 랭이라는 주의원의 사퇴를 위해서 매디간 의장의 지시를 받고 관련 대책을 마련한 사실 역시 검찰의 증거로 확인됐다. 메이프스는 법정에서 당시 일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증거는 다른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결국 연방 법원은 메이프스가 자신의 보스인 매디간 전 의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정에서 위증을 한 것으로 판결했다. 30개월의 징역형은 검찰이 요구한 5년형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형량이지만 자신의 죄가 아닌 보스의 죄를 밝히지 않기 위해 위증을 했고 사법 방해죄까지 인정돼 징역형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정에서의 위증과 사법 방해죄는 중범이다. 사법 제도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증인의 진술이 중요한데 법정에서 나오는 증언이 거짓일 경우 사법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위증과 사법 방해죄로 중하게 다루고 있다.  
 
이번 재판으로 인해 메이프스는 징역형에 처해졌고 이미 징역형을 받은 맥클레인과 함께 매디간 전 의장의 최측근은 모두 사법 심판을 받게 됐다. 이외에도 주의회에서 매디간 전 의장을 추종하던 몇몇 의원들은 뇌물 수수와 탈세 등으로 인해 유죄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제 관심은 매디간 전 의장의 재판에 쏠린다. 사실상 지금까지의 모든 재판과 판결은 매디간 전 의장을 위한 사전 단계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매디간 전 의장을 향한 수사의 시작이 최측근 인물과 주변 의원들로부터 시작했고 관련 재판에서 수집된 증언과 증거들은 모두 매디간 전 의장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것이 분명하다. 매디간 전 의장은 컴에드로부터 유리한 법안과 규정들을 마련해주는 댓가로 측근들을 채용해주는 등 이권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오는 10월 진행되는 재판에서 매디간 전 의장의 불법 사실이 어느 정도까지 밝혀질지 주목된다.  
 
지난 시절 시카고와 일리노이 정계는 매디간 전 의장과 에드워드 버크 전 시카고 시의원이 좌지우지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디간 전 의장은 주지사보다 더 막강한 정치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비밀이었다. 버크 전 시의원 역시 시의회에서 재정위원장으로 오랫동안 군림하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자신의 법무법인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갈취와 뇌물 수수 등 13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받았고 6월에 예정된 징역 선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매디간 전 의장 역시 지금까지 확보된 증언과 증거, 최측근들의 판결 등을 고려했을 때 유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메이프스의 징역 30개월 선고는 매디간 전 의장의 재판에도 참고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일리노이 정치가 막후에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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