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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 안 끌려요"…의대 광풍에 SKY 무더기 등록 포기

14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 만에 학부 증원을 해도 별 수 있나요. 의대 간다고 빠지는 정원, 추가 모집으로 채워야죠.” - 서울대 공대 관계자

서울대 첨단융합학부는 올해 처음으로 1기 신입생 200여명을 모집했다. 첨단융합학부는 서울대가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학부 정원을 늘리면서 신설된 학과다. 여름방학 때부터 신입생 100명을 미국 아마존·메타 등 IT기업에 인턴으로 보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정시 최초합격자 73명 중 6명(8.2%)이 등록을 포기했다. 앞서 수시 모집에서도 최초 합격자 128명 중 14명(10.9%)이 등록하지 않았으며, 3명은 끝내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됐다.

서울대 공대 관계자는 “의대 앞에서 실리콘밸리 인턴십도 엄청난 혜택이 되진 않는 것 같다”며 “서울대 공대도 의대 지원자의 ‘보험’이 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산업 자체가 침체될 수 있어 우려스럽지만, 대학 입장에서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서울대 이공계열도 76명 등록 포기…의대는 미등록 0명
‘의대 광풍’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는 건 서울대 첨단융합학부뿐만이 아니다. 14일 종로학원·서울대 입학처에 따르면 서울대 이공계·자연계열 최초합격자 중 등록을 포기한 학생은 76명으로 지난해(64명)보다 12명 늘었다. 의대와 동시 합격한 학생들의 ‘의대 쏠림’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정시에서 27명 최초합격자 중 7명(25.9%)이 등록을 하지 않아, 미등록 비율이 전년(7.4%)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반면, 서울대 의예과는 최초 합격자 전원이 등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서울대 이공계열 등록 포기자 거의 대다수가 의대로 빠졌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 평생직장 아냐” 계약학과 절반 이상 등록 포기
김주원 기자
고려대·연세대 계약학과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이들도 지난해보다 많이 늘어났다. 계약학과는 졸업 후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지만, 상위권 학생들을 붙잡을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정시 최초합격자 25명 중 23명(92%)이 등록하지 않았다. 전년도 정시 최초합격자 미등록 비율은 70%였는데 22%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고려대 차세대통신학과도 정시 최초합격자 10명 중 7명(70%)이 등록하지 않았다. 지난해 1차 미등록 비율(16.7%)보다 네 배가량 올랐다. 현대자동차 계약학과인 스마트모빌리티학부도 20명 중 13명(65%)이 등록하지 않았는데, 지난해(36.4%)보다 약 3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도 정시 최초합격자 중 절반(50%)이 등록하지 않았다.

김주원 기자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씨는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와 함께 대기업 계약학과를 지원하다 보니 많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요즘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도 ‘대기업이 전문직도 아니고, 평생직장도 아니다’라고 생각하니까 메리트가 엄청 큰 학과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SKY대 정시 합격자 901명 ‘등록 포기’
김주원 기자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이 확대돼 의사 숫자가 많아지면 희소성이 떨어져 의대 과열 양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당장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처음 나타난 수험생들의 반응은 그 반대”라며 “의대 선호 현상은 일단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 대학 전체로 보면 정시 최초합격자 미등록자 수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정시 최초합격자 미등록자는 901명으로, 지난해(906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자연계열 최초합격자 미등록 인원은 505명으로 지난해(454명)보다 51명 늘었으며, 인문계열 미등록 인원은 368명으로 지난해(414명)보다 46명 줄었다.



이후연(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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