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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생활의 발견] 에지는 괘지다!

김민정 시인
입춘첩을 붙였다. 설 연휴도 보냈다. 이즈음부터 기다리는 게 봄이거나 꽃이거나 사랑이거나 연애이거나 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건만 어느 순간부터 고대하는 게 이제나저제나 도착할까 싶어 현관문 계속 열고 닫게 하는 택배 상자다. 맹목적인 현실주의자가 나로구나 인정할 수 있겠다. 업무상 주고받아야 하는 상자가 돈과 돈을 부르니까. 그렇다고 낭만을 잃은 나로구나 단언할 수만도 없겠다. 상자 안에 생화 백매화 가지가 뜰락말락 눈으로 꼼지락거리고 있음을 주문하는 그 순간부터 느끼고 있었으니까.

김지윤 기자
그렇다면 내 설렘은 종이를 박스로 둔갑시킬 줄 아는 현묘한 재주의 접착테이프, 거기 있단 말이려나. 수집하는 품목 중에 박스 테이프 제거용 커터 칼이 들어 있는 것이 참으로 당연한 얘기이려나. 무엇이 들어 있는지 대강 짐작을 하면서도 그 무엇이 그 무엇만일까 싶어 개봉 전 박스를 앞에 두고 심쿵하거나 두쿵하고는 한다. 애초에 사람의 심리라는 게 거저라는 얹어짐, 그 덤을 좋아하게 생겨먹었으니 샘플이라는 말도 당연하게 만들어졌으리라. 잡지를 구입할 적에 기사보다 부록을 앞서 살피는 사람 비단 나만이 예외는 아니리라.

먹고사는 일을 크게 장사라 할 적에 어떻게 하면 되도록 ‘재미’가 있을까 자주 생각하는 요즘이다. 다른 달에 비해 빨간 날은 많고 까만 날은 모자란 2월이니 빈번히 계산기 아니 두드릴 수 없는 이즈음이다. 오늘은 밸런타인데이. 오늘 같은 날 남성용 선물 품목이 우리들 광고판을 장악하지 않은 건 그만큼 ‘선물’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서일 거다. 매순간 빛의 속도로 선물하기가 가능해진 때이니만큼 오늘 내가 광속으로 주문한 건 괘지다. 미농지에 괘선을 박은 종이에 무엇을 적을까 하니 ‘편지’다. 휴지가 아닌 이상 손으로 종이에 무언가를 적을 적에 그 마음에 ‘기복’이 깃들지 아니할 수는 없는 터다. 내가 보낸 택배 상자를 받는 분들이시여, 박스는 탈탈 털라고 각진 네모 아니겠습니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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