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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다윗과 나쁜 골리앗?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그렇지 않다 [박용후가 소리내다]

대형마트를 악으로 보는 이분법적 규제로는 전통시장을 살릴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정치인들이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물건을 사주고 그들의 손을 들고 함께 만세를 부른다. 이제 선거철이라고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통시장이나 자영업자들을 찾아 친근감을 표시하는 이유는 그만큼 표가 많아서다. 정작 정치는 이들을 살려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다윗과 골리앗 이분법’의 함정에 빠져있다. 정치가 그렇고 국민의 인식이 그랬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우리는 항상 다윗 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작은 것은 무조건 보호해야 할 대상이고, 큰 것은 때려잡아야 하는 것 같은 이분법적 관점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았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충돌했을 때 정치는 덩치가 큰 골리앗인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것으로 대안을 내놨다. 처음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운행하던 셔틀버스의 운행을 막았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적으로 마트의 도심권 진입에 불을 지폈고 골목상권은 더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러자 정치권의 도움을 받아 대형마트의 개장 일자를 규제했다. 이분법적이며 아주 쉬운 결정이었다.



정부가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 폐지안을 밝힌 지난달 22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의무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이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 제한 시간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뉴스1

이분법적 규제, 골목상권 못 살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저기를 막으면 이리로 올 거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면 미래에 어떠한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것을 상상한 것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는 착각을 한 것이다. 이제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것은 온라인쇼핑이다. 이미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한 상황에서 무언가를 막거나 규제하면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은 증명되었다. 이제는 생각의 방향을 뒤집는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강원도 삼척 중앙시장의 경우 전통시장 2층 빈 곳에 마트를 입점을 시키고, 마트 주변에는 청년들의 특색있는 작은 가게들과 어린이 놀이터도 입점시켰다. 경기도 여주 한글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에 마트를 입점시키자 마트가 사람을 모으고 그 사람들이 마트를 들러 전통시장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본 것이다. 전통시장의 매출은 마트 입점 이후 20%나 올랐다. 오히려 ‘적과의 동침’이 좋은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또 다른 관점의 전환을 보자. 대전 신도꼼지락시장이 밀키트를 도입하고 고객과는 라이브커머스로 소통했다. 그에 더해 새벽배송꺼지 나서면서 매출이 치솟았다. 잠실 새마을시장의 경우 전통맛집과 쿠팡이츠를 연결하면서 사라졌던 활기를 찾았다. 소비자의 경험이 바뀌고, 소득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에 집중하고 미래의 변화를 염두에 두면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활동 인구 중 4명 중 1명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자영업에 종사한다. 그러나 얼마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 이유를 살펴보자. 많은 자영업자가 선택하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부도덕한 프랜차이즈 본사는 인테리어로 돈을 남기고, 광고비를 점주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들이 가진 노하우로 우리를 잘 키워주겠지‘란 절박한 믿음에 대한 배신이다. 점주들을 돕는 대가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들을 강요해 점주들보다 프랜차이즈 본사만 돈을 버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곳에는 철퇴를 내려야 한다.

그와 상반된 사례도 있다. 60계 치킨이라는 프랜차이즈가 있다. 특이하게도 이 기업은 창업 초기 비싼 임대료를 내는 곳에 가맹점을 내기를 꺼렸다. 그래서 매장 대부분이 이면도로나 임대료가 싼 곳에 많이 배치되어 있다. 또한 점주가 직접 주방에 들어가 치킨을 튀기지 않으면 가맹점을 내주려 하지 않았고, 60마리까지만 치킨을 튀기라는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매일 튀김용 기름 한 통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인테리어도 점주들이 원칙에 따라 스스로 업체를 선정하면 된다. 광고비도 본사가 다 부담한다. 이런 정책 때문인지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해 60계 치킨의 폐업률은 3.6%로 매우 낮다. 또한 가맹점 수를 700개로 제한해 기존 점주들을 보호하고 있다. 본사와 자영업자가 함께 성장하는 본보기다.

오픈업(www.openub.com)이라는 무료사이트는 입점하려는 점포의 매출을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상권을 정확하게 분석해준다. 몇시에 손님이 많은지, 성별 매출은 얼마나 되는지까지 자세하게 나오는 등 창업할 때 꼭 필요한 정보가 많다. 이 사이트를 이용해 창업을 준비하다 보면 창업하지 말라는 결론이 나올 때도 잦다. 이처럼 창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도구와 정보들이 인터넷상에 무수히 존재한다.

시대 변화에 맞는 상생협력 필요
세상은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 SF 작가 윌리엄 깁슨은 그의 저서 『뉴로맨서』에서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다만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미 와 있는 미래를 보는 지혜는 힘든 시대를 건너가는 다리가 된다. 이제 세상은 큰 것과 작은 것, 쎈 것과 약한 것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는 사라질 것과 다가올 것 사이를 살고 있다. 사라질 것을 붙잡고 다가올 것을 막으면 미래는 막막해진다. 사라지는 것은 슬기롭게 사라지게 하고, 다가올 것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맞이해야 한다.

이렇게 급변하는 현장에서 철 지난 과거의 정치 문법은 통용되지 않는다. 그들을 위한다는 속 빈말보다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 것이 더 절실하다. 착한 골리앗이 그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하고, 다윗들과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할 때다. 세상은 나눌 때보다 합치고 곱할 때 더 커질 수 있다.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용후(th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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