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최대…6600억대 영풍제지 주가조작 주범 구속기소

단일 종목 주가조작 범죄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66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일당이 14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하동우)는 이날 주가조작 일당 중 총책 이모(54)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주가조작에 가담하거나 이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여동생 이모(51)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주가조작 일당은 총책 이씨를 포함해 모두 16명(12명 구속)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해외 도주한 조직원 1명에 대해선 여권 무효화, 적색 수배 조치를 진행 중이며, 아직 인적 사항이 파악되지 않은 이들에 대한 추가 수사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일당은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330여개 증권계좌를 이용해 가장･통정매매, 고가 매수 주문 등 22만7447회의 시세조종 주문을 통해 총 661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해당 기간 영풍제지 주식은 3484원에서 4만8400원으로 약 14배 상승했다.

주가가 단기간 비정상적으로 치솟았지만 영풍제지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은 주가조작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일당은 부당이득 6616억원 중 상당 부분을 추가 범행을 위해 재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단일 종목 주가조작 사건에선 500억원 이상의 범행도 거의 없다”며 “영풍제지 사건은 단일 종목으론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강제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10월 도주한 이씨는 지난달 24일 밀항 브로커에게 4억 8000만원을 건네고 전남 여수에서 베트남으로 향하는 배에 탑승했다. 그는 익명의 신고를 받은 해양경찰에 의해 지난달 25일 제주 해상에서 체포돼 같은 달 29일 구속됐다.

범행은 총책 이씨를 중심으로 점조직 형태의 3개 팀으로 이뤄졌다. 그중 1개 팀은 20~30대로 구성된 일명 ‘MZ 조직원’으로 팀명은 ‘아이들’이었다. 이들은 동향 출신이거나 과거 유사 투자자문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친분을 다졌다. 또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초고가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면서 수억 원의 현금을 소지하고, 슈퍼카와 고가 명품을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주식을 모두 팔고 난 뒤 적발되는 보통 주가조작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주가 조작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가 이뤄졌다”며 “이를 통해 거래정지 등 조치가 이뤄져 부당이득 규모를 줄이고,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금융·증권사범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고, 범죄수익은 한 푼도 챙길 수 없다는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영근([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