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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토가 돈 안내면, 내가 러에 침공 권할 것”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81)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나오는 가운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패닉에 빠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럽 나토 국가들이 적정 수준의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공격하도록 부추기겠다고까지 공언하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콘웨이에서 열린 유세에서 재직 시절 나토 회원국 정상 중 한 명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그는 당시 “‘큰 나라의 대통령’ 중 한 명이 ‘우리가 돈(방위비)을 내지 않고 러시아로의 공격을 받으면 우리를 보호해 주겠느냐’고 물었다”며 “나는 ‘당신은 돈을 내지 않은 체납자’라고 한 뒤, ‘아니요. 그런 일이 있다면 나는 당신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나는 저들(러시아)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권할 테니 돈을 내라고 했다”며 “그랬더니 결국 돈이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증액하겠다는 약속을 불이행하는 나토 동맹국을 협박해 방위비를 받아냈단 것이다.

이 같은 돌발 발언에 유럽은 비상이 걸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과 유럽의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며 “나토를 향한 모든 공격엔 단결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77)이 지난 10일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콘웨이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를 가리키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X(옛 트위터)에 “나토의 안보에 관한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고 적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나토는 ‘단품 메뉴’ 군사 동맹일 수 없고, 미국 대통령의 기분에 따라 작동하는 군사 동맹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2일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강하게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의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을 공격해도 된다는 청신호로, 끔찍하고 위험하다”며 “슬프게도 이런 발언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로 돌아가는 첫날 자신이 찬양하는 독재자들처럼 독재하겠다고 공약한 남자에게서 예측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재임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에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는데 미국 주류 언론들은 한반도 상황과 연관 지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가 우선순위 의제가 될 것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제시하며 “역사는 (이런 상황이) 전쟁을 더 많이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1950년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한국을 제외한 (극동) ‘방위선’(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지 5개월 뒤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다”고 예를 들었다.

영국 BBC는 “진심이 아니라 자극적인 발언으로 주목받고 비평가들을 화나게 하고, 지지자들을 흥분시키는 전형적인 트럼프 방식”이라면서도 “푸틴이나 시진핑이 미국의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오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태화(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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