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스탠바이미 '페북 교훈'…띄어쓰기·소문자도 바꿔 상표등록
LG전자가 최근 자사의 인기 제품인 이동식 무선 TV ‘스탠바이미’ 관련 상표를 국내외에서 다수 출원했다. 유사 상표가 난립하는 걸 막기 위해, 띄어쓰기·철자·대소문자를 조금씩 바꾼 상표를 등록하는 거다.
11일 특허청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스탠바이미와 관련한 상표권 4개를 한국에서, 3개를 미국에서 각각 출원했다. 대상 상품에는 LED 디스플레이, TV모니터, 디스플레이 스크린, 오디오스피커, 착용가능한 비디오 디스플레이 모니터 등을 지정했다.
스탠바이미는 바퀴 달린 스탠드에 TV를 장착해 이동이 자유롭고 화면 높이·방향·각도 조절도 쉽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처럼, 화면을 터치해 간편하게 조작한다. 2021년 첫 출시한 후 LG전자 대표 가전으로 자리잡았고, 인기에 힘입어 캠핑 등 야외활동용 ‘스탠바이미 Go’, 스탠바이미와 호환되는 블루투스 스피커 ‘스탠바이미 스피커’ 같은 후속 제품도 나왔다.
상표권 관련 절차는 끝난 지 오래다. ‘LG’ 브랜드 소유권이 있는 지주사 (주)LG가 2021년 3월 ‘LG StanbyME’ 상표를 직접 신청했었다. 하지만 최근 스탠바이미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겪은 LG전자가 향후 상표권 침해를 우려해 이번에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선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스탠바이미 유사 제품을 유통·판매해온 ㈜피디케이이엔티(PDK)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PDK는 중국산 유사 제품을 수입해 ‘터치톡’이라는 브랜드로 국내에 팔았다. LG전자는 스탠바이미 관련 국내외 특허 110여건을 보유하고 있는데, PDK가 자사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PDK는 수입한 재고 전량을 중국으로 반품하고 추가 판매를 중단했고, LG전자는 소를 취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탠바이미(StanbyME)에는 알파벳 ‘d’가 들어가지 않는데 이런 점을 이용해 이름에 ‘d’를 넣거나 띄어쓰기를 다르게 해서 LG전자 제품인 양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라며 “최근 특허권 소송도 겪은지라, 유사품 난립을 막기 위해 조처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업들 상표권 골머리 역사
2014년 페이스북(facebook)은 중국 ‘페이스 북’(face book)을 물리쳤다. 중국 광둥성의 한 식품회사가 띄어쓰기만 해서 브랜드를 등록하자, 페이스북(현 메타)은 중국 현지에서 상표권 무효 소송을 냈다. 베이징 고급인민법원은 중국 상표권 무효 판결을 내리며 원조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 현지에서 페이스북 접속이 차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상표권을 인정받은 이례적인 경우로 꼽힌다.
2년간 지속된 애플 대 아마존 소송도 있다. 2011년 아마존이 안드로이드 단말기용 앱 다운로드 서비스 ‘Appstore’를 열자,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App Store)의 상표권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앱스토어’ 이름에 대해 애플은 자사의 고유명사라고, 아마존은 앱 장터를 통칭하는 일반 명사라고 주장했다. 분쟁은 2013년 애플이 소를 취하하며 마무리됐다.
애플은 자사 상징인 사과와 이름과 모양으로도 상표권 소송을 제기하는 걸로 유명하다. 비영리 단체 테크투명성프로젝트에 따르면, 2019~2021년 애플은 215건의 상표권 이의 신청을 제기했다. 같은 기간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구글이 제기한 상표권 이의 신청 건을 모두 합해도(136건) 애플에 못 미친다.
애플이 ‘파인애플’에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다 패소한 사례도 있다. 2020년 가수 스테파니 칼리시가 자신의 예명을 ‘프랭키 파인애플’이라고 짓자 애플은 “과일 이름을 사용해 유사한 상업적 인상을 전달한다”라며 상표권 이의 신청을 했다. 스테파니 칼리시는 소송 비용 1만달러(약 1200만원)를 들여 애플과의 법정 다툼에서 승리했다.
박해리(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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