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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국가보안법, 공연계 강타…대관·지원금 취소 잇달아

"복종 안하면 처벌받거나 지원금 철회한다는 분명한 메시지"

홍콩국가보안법, 공연계 강타…대관·지원금 취소 잇달아
"복종 안하면 처벌받거나 지원금 철회한다는 분명한 메시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국가보안법이 시행되면서 홍콩 민주진영이 붕괴한 가운데 현지 공연계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8일 홍콩프리프레스(HKFP)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극단 '청년이상공간'(小伙子理想空間)은 지난 6일 극단 운영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주 이 극단은 연극 두 편의 공연을 위해 장소를 대관한 한 학교에 홍콩 교육부가 대관 계약을 취소하라는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공연 개막 사흘 전이었다.
해당 학교는 HKFP에 교육부가 대관 취소 요구를 하면서 국가보안법에 따른 개정된 지침을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청년이상공간을 세운 알렉스 퉁이 논란이 되는 민감한 문제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퉁은 SCMP에 교육부 조치가 자신이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온라인에 게시한 글과 관련됐다는 말을 해당 학교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었지만, 어떠한 발언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해명 기회도 얻지 못했다면서 6년간 운영해온 극단이 이렇게 끝을 내게 돼 슬프다고 말했다.
홍콩희극협회와 홍콩무대예술종사자노조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청년이상공간의 대관 계약이 취소된 것에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무대에 올리려 한 연극 두 편이 모두 민감하거나 논란이 되는 내용이 아닌 만큼 당국이 이를 재고하고 해당 극단이 어떠한 오해라도 해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홍콩공연예술학원(HKAPA) 학생들이 졸업 작품으로 오는 17일 무대에 올리려 했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다리오 포의 대표작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공연이 갑자기 취소됐다.
HKAPA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작 일정 변경으로 공연이 취소됐다"고 공지했으나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홍콩예술발전국이 24년간 후원해온 홍콩희극협회의 연간 시상식에 대한 지원금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예술발전국은 홍콩희극협회가 지난해 시상식에 당시 논란이 됐던 인사들을 시상자로 초대한 점을 문제 삼았고, 그 인사들이 시상하면서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금기)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홍콩 레저문화사무서는 올해 홍콩희극협회의 시상식 장소를 후원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정부 지원금을 필요로 하는 예술계 종사자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홍콩 중견 연극 제작자 옥타비안 찬은 지적했다.
그는 SCMP에 "이는 복종하지 않으면 처벌받거나 지원금이 취소된다고 공연계에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홍콩에는 약 4만개의 문화 산업 관련 단체가 있고 약 20만명이 종사한다"며 "여기에는 연간 총 8천회의 공연으로 300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는 1천여개의 극단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술발전국은 2022-2023년도에 총 1억50만홍콩달러(약 171억원)의 지원금을 각종 단체에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문화비평가 쿠페이는 SCMP에 "홍콩의 중소 극단이 보조금의 거의 90%를 예술발전국의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어 예술발전국의 조치는 공연계에 타격을 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에 대한 예술발전국의 우려는 예술계를 위축시키며, 이미 예술계 종사자들은 자신의 일에 매우 긴장하고 있고 일부는 자기 검열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연계 종사자는 SCMP에 예술발전국의 이번 조치 이전, 2020년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부터 이미 공연계는 해당 법의 영향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술발전국이 공연 지원금 신청 승인 절차를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SCMP는 "지원금 축소, 공연 취소 등으로 홍콩 예술단들은 국가보안법에 다른 레드라인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며 "예술계 종사자들은 창작의 자유와 당국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 부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윤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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