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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취임 두달] "버텨야 한다" vs "앞이 보이지 않는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표류하는 아르헨 민심…반발과 저항도 커져 "비행기 타고 미국 가서 아이폰 사오는 게 더 저렴"…소비도 위축

[밀레이 취임 두달] "버텨야 한다" vs "앞이 보이지 않는다"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표류하는 아르헨 민심…반발과 저항도 커져
"비행기 타고 미국 가서 아이폰 사오는 게 더 저렴"…소비도 위축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지금은 힘들지만, 대안이 없으니 버티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파'와 "물가 급등이 너무 고통스러워 앞이 안 보인다"는 '절망파'.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극우 자유경제 신봉자인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취임 두 달(10일)을 사흘 앞두고 7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처럼 두 부류로 선명하게 갈렸다.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정부의 무분별한 지출을 싹 잘라버리고 국가에 기생하는 카스타(기성 정치인, 기득권)를 다 몰아내겠다며 강력한 개혁을 공약했다.
그는 작년 12월 10일 취임 연설에서도 아르헨티나 경제는 연 1만5000%의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재정 개혁을 해야 한다며, 이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불경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혁이외엔 대안이 없다고도 역설했다.
하지만 이런 예고에도 불구하고 두 달이 지난 지금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직면한 현실은 상상을 초월했다.
취임 직후 현지화 평가절하로 공식 환율은 2배 이상 상승했으며, 이미 연 140%를 상회하던 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각종 식료품 가격 급등, 대중교통비는 40일 만에 400% 이상 올랐고, 휘발유는 두 달간간 140%, 각종 수입 전자기기는 4배 이상 천정부지로 상승했다.
단적인 예로, 미국 현지에서 아이폰 15(128GB)는 799달러(104만원)인데 아르헨티나에서는 320만 페소(495만원)로 무려 375% 더 비싸다.
아르헨티나 일간지 클라린은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사서 현지에서 아이폰을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하다고 충고했을 정도다.
문제는 이렇게 고공행진 하는 물가를 월급 인상분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구매력이 떨어지고 소비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기적으로 가장 구매력이 높은 12월에 소비는 13.5% 하락했으며, 1월 공식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중소기업연맹(CAME)이나 각종 상공인단체는 급등한 물가로 소비가 최소 28.5%에서 40%까지도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산층 거주지 아파트 보조 관리인으로 일하는 브라이언(32)은 밀레이 대통령 취임 두 달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몇 가지 실수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취임하자마자 (페소화를) 50% 평가절하를 해서 물가가 급등했고 대중교통비가 하루 만에 250% 인상된 것 등등은 잘못되었다고 본다"며 총 664조항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법안'도 밀레이의 '실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밀레이가 척결하고자 하던 카스타는 결국 그가 자신의 정부에 각료로 등용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난 밀레이를 지지하며, 그가 개혁에 성공하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라며 "다른 대안이 없지 않으냐"라고 되물었다.

남편이 대기업 임원이었고 중상층 소득을 가지고 있다는 릴리아나(66)는 "취임한 지 2달밖에 안 된 대통령이 수년간 지속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지금 고물가로 어렵더라도 버티면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점에서 만난 세실리아(72)도 "중도 좌파 전 정권이 망친 경제를 단기간에 정상화할 수는 없다. 난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 일부는 찬성하지 않지만, 그가 제시한 방향 외에 다른 대안은 없으니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며 전 정권에 대한 비난과 현 정권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3년 전 베네수엘라에서 아르헨티나에 왔다는 대학생 다니엘라(21)는 "밀레이는 자신이 약속한 것을 이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이 다소 어렵더라도 베네수엘라처럼 안되려면 그의 개혁이 성공하기를 바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밀레이는 취임하자마자 기존의 18개 부처를 9개로 축소했으며, 대선 유세 때 무분별한 정부 지출을 전기톱으로 싹 잘라내겠다고 공약했던 것처럼 전속력으로 전기톱을 휘두르면서 정부 재정 긴축을 시행에 옮겼다.
밀레이 대통령의 이러한 결단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찬사를 보내면서 '사회취약층을 잊지 말라'는 이례적인 충고까지 곁들였다.
밀레이 대통령의 계획을 요약하면, 강력한 정부의 예산 긴축으로 재정 균형화로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연 210%를 상회하는 물가를 안정시키며, 각종 경제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서 해외 투자를 유치해 아르헨티나의 '잃어버린 번영'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는 개혁을 위해 지난 12월 취임 직후 총 366개 조항으로 구성된 메가 긴급 대통령령을 공포했으며, 총 664개 조항의 일명 '옴니버스 법안'을 국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밀레이가 첫 번째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경제, 정치 및 사회 개혁을 총망라하는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은 현재 표류 중이다.
각종 시민단체, 노조, 주 정부 등이 대통령령에 대한 60여개에 넘는 가처분과 헌법소원까지 제기해 각 법원에서 일부 시행정지를 판결했고 대법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각종 경제 규제 완화, 재정개혁(세금 인상), 공기업 민영화, 교육 개혁 등의 내용을 담은 옴니버스 법안은 지난 2일 하원에서 포괄적 승인을 받아 여소야대 정국임에도 성공을 거두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6일 개별 법안 심의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다시 하원 5개 위원회로 되돌아감에 따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수천 명의 아르헨티나 시민들은 밀레이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경제 조치 발표에 반발, 첫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었다.
또한, 노동총연맹(CTA)은 취임 18일 만에 노동 개혁에 반대해 총파업과 시위를 발표했고 새 정부 출범 45일 만에 총파업으로 나라를 멈추게 만드는 신기록을 세웠다.
옴니버스 법안이 하원에서 논의되는 동안, 노조, 시민단체, 문화단체, 주부, 학생, 은퇴자들까지 매일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수천 명의 경찰, 군사경찰 및 해경까지 동원된 과다한 철통 경비로 다소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던 시위는 1일부터 과격해지기 시작했고, 2일엔 시위자인지 누구인지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거리의 쓰레기 컨테이너를 태우고 도보 블록을 깨부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져 갔다.
시위를 취재하던 30여명가량의 내·외신기자, 카메라맨도 경찰의 최루탄과 후추 스프레이 그리고 고무탄에 맞아 '언론의 자유'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지난 31일 국회 시위장에서 만난 23세 라우타로는 "조국은 팔지 않는다"라는 팻말을 만들어 혼자 시위에 참여했다면서 "난 정치도 모르고 그 어떤 정당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는데, 정부 공기업을 다 헐값으로 해외에 팔아치운다는 것과 물가 폭등으로 버틸 수가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옆에서 TV 방송과 인터뷰하던 80대 은퇴자는 "시위에 참여해서 무자비한 공권력에 맞아 죽거나 집에서 굶어 죽거나 어차피 죽는 건 같다면, 시위에 참여해서 우리의 사정을 알려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밝혔다.
그는 "밀레이는 개혁의 고통을 카스타가 짊어질 것이라고 하더니 최저 연금을 받는 우리 은퇴자들이 카스타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리엘(45)은 "전 정권이 잘한 것도 없지만, 단 두 달 사이에 나라를 이렇게 말아먹는 건 본 적이 없다. 부인과 같이 그리 나쁘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두 월급으로도 월말까지 버티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없고 식료품을 살 수 없다면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옴니버스 법안이 6일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자 루이스 카푸토 경제장관은 '옴니버스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정부의 경제계획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면서 강한 긴축 경제를 이어 나갈 의지를 보였다.
밀레이 대통령은 3월에는 재정 균형을 이룰 것이며 필요시 옴니버스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 진행도 고려하고 있다며 정면돌파를 내비쳤다.
정치전문가들은 극심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밀레이 대통령의 "협상은 없다"라는 독불장군식 개혁 추진과 중도우파 제2야당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은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4년 임기 내내 야당과의 합의 없이 '마이웨이'를 외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sunniek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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