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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도너번의 마켓 나우] 운송비는 소비자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폴 도너번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
홍해에서 상업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한 이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화물 운송 비용이 상승했다. 보험료가 올랐기 때문이다.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는 컨테이너선도 늘었다.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항로보다 일주일가량 더 걸린다. 그만큼 유류비가 증가하고 운송 횟수는 줄어든다. 이는 컨테이너의 가용 공간이 감소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화물 운송비가 올라간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극적인 상황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마켓 나우
2021년 세계 경제가 경험한 고가의 운송 비용은 당시 주요 경제권에서 나타났던 높은 인플레이션과 맞물린 현상이었다. 그때 운송비 상승은 글로벌 경제에 나타난 수급 불균형의 한 증상일 뿐이었다. 소비자가 팬데믹 때 저축한 돈을 쓰기 시작하자 상품 수요가 증가했다. 당시 미국에서 소비재 초과수요는 1947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1947년 트루먼 대통령이 전시배급을 종료하자 상품 수요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전 세계 제조업이 공급하는 물량이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소비자 가격 상승은 당연지사였다. 상품에 대한 엄청난 수요는 컨테이너선 공간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였다. 경제학개론에 따르면 운송 공간 수요가 늘면 운송 비용이 상승한다. 하지만 2021년과 2022년에 나타난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운송비 상승이 아니라 상품 수급의 전 세계적인 불균형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높은 운송 비용은 운송 업계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심지어 운송 업계 전체의 문제도 아니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했던 항로에서만 추가 운송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운송 비용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발틱 건화물 운임 지수(BDI)’도 거의 그대로다. BDI는 세계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상품이 공급망을 따라 소비자와 더 가까워질수록 운송 비용이 전체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든다. 해상 운송이 세계 경제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 미만이다. 이는 모든 비용이 가격에 반영된다고 가정할 때, 전체 운송비가 50% 증가해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고작 0.15% 증가한다는 뜻이다.



소비자 지출에서 운송의 비중이 이토록 작은 이유는 뭘까. 소비자가 구매할 때 지불하는 비용의 대부분은 국내유통·광고비·도매비용·소매비용 등 상품이 항구에 도착한 이후에 발생한다. 수입품일지라도 소비자 가격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내 인건비다. 선진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계산할 때 운송 비용은 거의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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