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MS의 이사회 80%는 CEO 출신…삼성은 교수‧관료 70% [삼성의 과제<하>]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삼성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경영 거버넌스 선진화다. 자산 규모 486조원, 임직원 수 12만여 명인 삼성전자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안정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에는 총수 중심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컨트롤 타워식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라는 대한 안팎의 요구가 크다. 동시에 현재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과의 첨단기술 전쟁을 감안하면 어느 때보다 빠르고 과감한 총수의 판단을 보좌할 지원군도 필요하다.그러나 사외이사 중 기술 산업 전문가는 김종훈 전 미국 벨연구소 사장 정도다.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일해본 사외이사는 김 사장을 포함해 2명 뿐이다. 다른 사외이사 4명은 교수·관료 출신이다. 기간을 최근 5년으로 넓혀봐도 삼성전자 전·현 사외이사 9명 중 70%가 교수‧관료 출신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삼성과 경쟁하는 주요 글로벌 기업은 이사회의 대다수가 사외이사일 뿐 아니라 이들의 80~90%는 글로벌 기업의 전문경영인으로 일한 기업 전문가들이다. 애플 이사회는 9명 중 사내이사인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한 8명이 사외이사, 이들 중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제외한 7명이 바이오‧항공 등 대형 기업을 이끌었었고, 그 중 2명은 직접 창업한 경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정말 이사회의 중심 경영을 강화하려면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사업 전략을 논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더 영입해야 한다”며 “기업 경험이 없거나 산업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사회가 뭘 감독하고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기업의 이사회는 크게 의사결정기능과 업무감독기능을 수행한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의 이사회 중 의사결정기능을 수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업무감독도 이사회가 사내 임원 중 집행임원을 별도로 선임해 위임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가 글로벌 투자안을 검토할 수 있는 전문성이 없으면 업무감독도 의사결정도 제대로 잘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도 주목된다. 2022년 2월 출범 이후 이달 들어 3기를 맞이한 준감위는 지배구조 개선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2기에 이어 연임한 이찬희 삼성 준법위 위원장은 “삼성이 국내를 넘어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을 추구한다면 지배구조 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주사 설립에는 단순 계산만으로도 게열사 지분 확보에 120조원 이상 드는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이 다수다. 현재 구조에서 주주의 지지를 받으려면 준감위와 이사회 역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고 오너가 공식적으로 경영에 복귀하는 상황인 만큼 그간 준법 경영 의식이 자리 잡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준법 경영이 실현되는지 보다 집중해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개편 이후 뉴삼성은
이 때문에 삼성이 2020년 이후 운영중인 사업지원 TF의 역할이 바뀔 지 주목된다. 총수의 사법 리스크가 이어진 기간에는 계열사 간 조율‧감사‧법무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물이 새어나가지 않게 지키는 조직이지 장기 성장 전략을 구상하는 역할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던 지난 7년간 M&A 시계가 멈췄다”며 “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다시 갖춰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주목하는 곳은 삼성이 지난해 말 부회장급 조직으로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이다. 수장은 메모리 반도체(D램) 전문가인 전영현 부회장으로, 굵직한 인수‧합병(M&A)이나 대형 투자에 대한 논의를 위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이 기획단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수합병 후보들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최현주.심서현.윤성민(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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