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지내던 부모님 제사 한번에…경북 안동 종갓집도 변했다
제사 시간은 오후 11시 이후에서 7시로 당기고, 따로따로 지내던 부모 제사는 한꺼번에 지낸다. 제사 모시는 대상도 4대(고조)에서 2대(조부모)로 축소했다. 조상 제사 전통을 비교적 충실히 지켜온 것으로 알려진 경북 안동 종가에서도 이처럼 제사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6일 한국국학진흥원(진흥원)에 따르면 진흥원은 최근 안동 지역 40개 종가를 대상으로 제사 방식을 조사했다. 종가에서는 보통 위로 4대까지 제사를 지내는 4대 봉사(奉事)와 불천위(不遷位·4대 봉사를 넘어 영구히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된 신위) 제사, 설과 추석 등 평균 연 12회의 제사를 지낸다. 이번 조사는 4대 봉사만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동 지역 40개 종가 모두 전통적 관행에 따라 오후 11~12시에 지내던 제사를 오후 7~9시로 앞당겼다. 이른 저녁으로 시간을 변경하자 부담감이 훨씬 줄어들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또 해가 늦게 지는 여름에는 오후 8시 이후가 적합하고, 해가 일찍 지는 겨울철엔 오후 7시 전후가 무난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함께 부부 기제사를 합쳐 지내는 합사(合祀) 방식도 등장했다. 기제사는 고인이 돌아가신 날을 기준으로 각각 지내는데, 남편 기일에 부부를 함께 모시고 부인 제사는 생략하는 방식이다. 이는 잦은 제사로 인한 경제적·시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40개 종가 가운데 약 90%에 달하는 35개 종가에서 합사 형태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또 4대 봉사를 3대 봉사, 2대 봉사로 바꾼 사례도 11개 종가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개 종가가 조부모까지 2대 봉사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종손들은 “조부모는 생전에 뵌 적이 있어 친밀감이 깊다”며 "조상이라도 얼굴을 본 적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다. 반면 특정 공휴일을 정해 4대조까지 함께 모시고 제사를 올리는 종가도 3곳으로 나타났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모든 문화가 그렇듯 제사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며 이런 경향은 세대가 교체되면서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전통문화 롤모델인 종가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바람은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조상 제사를 비롯한 관혼상제 지침을 마련한 『주자가례(朱子家禮)』에도 제사를 주어진 상황에 맞게 수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석(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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