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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부 몸 뒤덮은 '건선 지옥'…남편이 병원 불려간 사연

피부과 명의 이증훈
닥터후Ⅱ(Dr. WhoⅡ)
건선은 아토피와 함께 난치성 피부병의 양대산맥입니다. 조기에 발견한다고 완치되는 것도, 빨리 치료한다고 재발을 막는 것도 아니랍니다. 신혼 때 건선이 찾아와 우울증에 극단적 상황까지 내몰렸던 여성. 10년을 고생하다 명의를 만난 뒤 이젠 6년째 발진 없이 지냅니다. 그를 치료한 첫 마디는 이겁니다. “부끄러운 병이 아닙니다. 다음엔 신랑과 함께 오세요.”
이증훈 더리턴피부과 원장이 지난달 24일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병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원장은 “생물학적 치료제가 지평을 열었다”며 “치료제 가격이 떨어지고 많은 제제들이 나오면 건선 문제가 해결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민정(46)씨에게 좁쌀만 한 반점이 처음 나타난건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20대 중반 때였다. 갑자기 생긴 반점은 100원, 500원짜리 동전만큼 점점 커지더니 머리부터 목·귀·종아리 할 것 없이 온몸으로 퍼졌다. 병원에선 피부병인 건선이라고 했다. 전국에 용하다는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평생 안고 가야 한다”“현대 의학으로는 고치기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남편과 자주 다퉜고 우울증이 왔다.

3년 간의 방황 끝에 이씨가 만난 한 의사는 “(건선은) 부끄러운 병이 아니다”며 “가족도 이 병을 잘 알아야 해요. 신랑과 함께 오세요”라고 말했다. 의사는 이씨의 신랑을 앉혀 놓고 이 병이 뭔지, 증상은 어떤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가족이 포기하면 안 된다”며 “더 좋은 약이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10년이 흘러 어느날 의사의 권유로 생물학적 제제(주사제)를 맞았더니 이씨 몸을 덮은 발진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씨가 건선 없이 지내고 있는 게 6년쯤 됐다.

이씨가 은인이라 부르는 이 의사는 대전의 이증훈(71) 더리턴피부과 원장이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까지 한 뒤 1986년 충남대병원에서 본격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9년 정년퇴직해 현재는 개원가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환자를 본다. 환자단체인 한국건선협회는 “건선 치료 역사의 태두를 이루는 분”이라며 이 원장을 명의로 추천했다.

건선이 왜 생기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면역체계 이상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한번 나타나면 호전과 악화를 거듭하며 길게는 수십 년 괴롭힌다. 아토피와 함께 난치성 피부병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건선 환자들은 “죽는 건 아닌데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병”이라고 한다. 30년 넘게 이 분야만 파왔으니 비밀스러운 노하우가 있을까 싶지만, 이 원장에게도 간단치 않은 병이다.



“암처럼 조기에 발견한다고 완치되는 게 아니고 빨리 치료한다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계속 좋아지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가 재발해 10, 20, 30년 가는 분들도 있어요.” 좋다가도 나빠지니 중간에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샛길로 빠질 위험도 많다.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국내엔 150만 명 정도의 건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치료를 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로 잡히는 인원은 연간 15만 명으로 10% 수준이다. 학회는 “많은 환자가 샴푸 교체 등 자가 치료를 먼저 시도하거나 민간요법, 보완대체의학 등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건선 종류
이 원장을 찾는 환자 다수는 그를 믿고 오랜 시간 동행한 이들이다. 이 원장은 환자 의견을 우선으로 고려해 맞춤형 치료법을 택한다. “광선 치료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좋지만, 매번 병원에 와서 받아야 하니 병원이 먼 환자들에겐 불편할 수 있어요. 생물학적 제제를 맞으면 좋은데 급여(보험 혜택) 조건이 안 될 수 있어요. 이런 환자들에겐 일광욕을 많이 하라고 합니다.” 실제 생계에 쫓겨 병원에 잘 못 오던 환자가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이 원장이 일광욕을 많이 하고 보습제를 잘 바르는 등의 수칙을 알려줬는데 10년 후쯤 나타나 “교수님이 하란 대로 했더니 건선이 안 생긴다”며 감사를 전했다는 것이다.

44년째 건선을 앓는 환자이자 이 원장을 근거리에서 20년 넘게 봐온 건선협회 김성기 대표는 “건선은 여러 치료를 돌려가며 써야 하는데 이 원장은 환자의 피부 상태만 보는 게 아니라 심리적·경제적 상황, 사회적인 위치까지 따져 치료 패턴을 잡는다. 늘 환자 눈높이에서 치료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잘 치료하는 것은 물론, 환자가 치료를 계속 받도록 지도하는 의사가 명의라고 본다.

이 원장은 대학병원에 30여년 있는 동안 의과대학 의학연구소장, 대전 지역암센터 암연구부장, 의생명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임상과 연구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연구 인생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몇 년 전 차린 벤처 회사에서 기능성 화장품 소재를 개발하고 더 나아가 건선과 아토피, 탈모 등 고치기 힘든 피부병 치료제를 뭐든 하나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연구는 제 사명”이라며 “신약 개발에 꼭 성공해 피부과학 분야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수연(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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