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부 몸 뒤덮은 '건선 지옥'…남편이 병원 불려간 사연
피부과 명의 이증훈
![이증훈 더리턴피부과 원장이 지난달 24일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병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원장은 “생물학적 치료제가 지평을 열었다”며 “치료제 가격이 떨어지고 많은 제제들이 나오면 건선 문제가 해결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2/06/a8bdd70c-c5fe-4c7f-9b9c-02d14eb5a1dc.jpg)
3년 간의 방황 끝에 이씨가 만난 한 의사는 “(건선은) 부끄러운 병이 아니다”며 “가족도 이 병을 잘 알아야 해요. 신랑과 함께 오세요”라고 말했다. 의사는 이씨의 신랑을 앉혀 놓고 이 병이 뭔지, 증상은 어떤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가족이 포기하면 안 된다”며 “더 좋은 약이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10년이 흘러 어느날 의사의 권유로 생물학적 제제(주사제)를 맞았더니 이씨 몸을 덮은 발진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씨가 건선 없이 지내고 있는 게 6년쯤 됐다.
이씨가 은인이라 부르는 이 의사는 대전의 이증훈(71) 더리턴피부과 원장이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까지 한 뒤 1986년 충남대병원에서 본격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2019년 정년퇴직해 현재는 개원가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환자를 본다. 환자단체인 한국건선협회는 “건선 치료 역사의 태두를 이루는 분”이라며 이 원장을 명의로 추천했다.
건선이 왜 생기는지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면역체계 이상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한번 나타나면 호전과 악화를 거듭하며 길게는 수십 년 괴롭힌다. 아토피와 함께 난치성 피부병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건선 환자들은 “죽는 건 아닌데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병”이라고 한다. 30년 넘게 이 분야만 파왔으니 비밀스러운 노하우가 있을까 싶지만, 이 원장에게도 간단치 않은 병이다.
“암처럼 조기에 발견한다고 완치되는 게 아니고 빨리 치료한다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계속 좋아지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가 재발해 10, 20, 30년 가는 분들도 있어요.” 좋다가도 나빠지니 중간에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샛길로 빠질 위험도 많다.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국내엔 150만 명 정도의 건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치료를 받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로 잡히는 인원은 연간 15만 명으로 10% 수준이다. 학회는 “많은 환자가 샴푸 교체 등 자가 치료를 먼저 시도하거나 민간요법, 보완대체의학 등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건선 종류](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2/06/99701c3f-3b7b-48b6-8e30-54d7fcace63f.jpg)
44년째 건선을 앓는 환자이자 이 원장을 근거리에서 20년 넘게 봐온 건선협회 김성기 대표는 “건선은 여러 치료를 돌려가며 써야 하는데 이 원장은 환자의 피부 상태만 보는 게 아니라 심리적·경제적 상황, 사회적인 위치까지 따져 치료 패턴을 잡는다. 늘 환자 눈높이에서 치료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잘 치료하는 것은 물론, 환자가 치료를 계속 받도록 지도하는 의사가 명의라고 본다.
이 원장은 대학병원에 30여년 있는 동안 의과대학 의학연구소장, 대전 지역암센터 암연구부장, 의생명연구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임상과 연구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연구 인생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몇 년 전 차린 벤처 회사에서 기능성 화장품 소재를 개발하고 더 나아가 건선과 아토피, 탈모 등 고치기 힘든 피부병 치료제를 뭐든 하나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연구는 제 사명”이라며 “신약 개발에 꼭 성공해 피부과학 분야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수연(ppangshu@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