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21만쪽, 재판 106회…이재용 수사부터 선고까지 5년 3개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에서 이 회장 등 피고인들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선고 대상은 ▶이 회장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위법하게 관여했는지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닉스의 자산 가치를 4조5000억원가량 부풀리는 식으로 분식회계를 했는지 등이었다.
2015년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주에게 피해를 주며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사실상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이 법정에 오른 셈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이 수사의 첫 분수령이 됐다. 검찰은 2019년 5월 삼성바이오 압수 수색 과정에서 공장 바닥을 뜯어내다가 노트북 등이 무더기로 묻어져 있는 것을 포착했고, 증거인멸 혐의로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 등 삼성 측 핵심 관계자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는 2020년 5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문제로 확대돼 이 회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하며 정점에 이르렀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팀장에 대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 회장 측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해 반격에 나섰다. 수사심위위는 같은 해 6월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3개월의 장고 끝에 2020년 9월 이 회장을 비롯한 11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에 불복한 첫 사례였다. 이로써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재판에 넘겨진 뒤 약 3년 반 만에 또다시 기소됐다.
이후 재판은 이날 1심 선고까지 3년 5개월간 이어졌다. 그동안 총 106번이 열렸고, 80여명의 증인이 법정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한 날을 제외하고 95번을 직접 출석했다.
이 회장은 2021년 1월 국정농단과 관련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같은 해 8월 가석방된 뒤 이듬해 8월 사면됐다.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정치권에 86억원 규모의 뇌물을 주며 부정한 거래를 했다는 것이고, 이날 선고된 사건은 승계 작업 자체가 불법이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었다.
윤지원.심정보(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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