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look] 애플 클래식 스트리밍…“CD로만 듣는다” 애호가 고집 꺾을까
2017년 처음으로 스트리밍 등 디지털 매출이 CD 등 물리 매체에 앞섰다. 5년 만에 격차는 4배(국제음반산업협회 기준)가 됐다.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게 당연한 이 시대의 유일한 예외가 클래식이다.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CD의 명줄을 잇는 링거 역할을 하는 게 클래식이다. 1982년 CD가 처음 등장한 이후 30여년간 여러 디지털 매체(DCC, DAT, MD 등)가 CD에 도전했지만 모두 사라져갔다. CD의 철옹성을 무너뜨린 건 어이없게도 초라한 음질의 MP3였다. 남은 성벽을 마저 무너뜨린 건 재생 매체가 아니라 휴대전화다.
메이저 음반사 중심이던 시장 지형도 스트리밍 시대 들어 달라졌다. 디지털 음원은 누구나 상업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 보니 음원을 풍부하게 보유한 오케스트라 등도 자체 레이블을 만들었다. 런던심포니, 베를린 필하모닉 등 오케스트라 레이블이 탄생한 배경이다.
애플 클래식은 이 점에 있어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보다 나은 결과를 제공한다. 예컨대 오페라의 경우 참여한 모든 연주자를 검색할 수 있고, 이름 클릭만으로 해당 연주자가 참여한 앨범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트랙별로도 참여 연주자를 구분했다. 또 독점 음원이 풍부한 것도 큰 장점이다. 아이폰이, 그간 고집해온 라이트닝 단자 대신 USB-C를 채택하면서 HiFi 오디오와의 연결성도 좋아졌다.
그렇다면 애플의 이런 노력이 한국의 클래식 애호가들을 스트리밍으로 끌어갈 수 있을까? 여전히 문제는 있다. 취약한 유사어 검색과 빈약한 한글 검색 탓에 불편하다. 애플 클래식에서는 같은 곡인데도 표현하는 방식이 앨범에 따라 제각각이다. 애호가들의 CD 소유욕을 대신하기도 아직은 버거워 보인다. CD 소유를 대체할 방법은 다운로드다. 일부 해외 사이트에서는 고음질 음원을 내려받을 수 있고, 앨범 단위로 구매하면 PDF 포맷의 디지털 소책자도 받을 수 있다. 애플 클래식은 다운로드를 허용하지 않는다.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나 라이브러리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음반의 역사에서 시장을 지배한 매체는 기술이 가장 뛰어난 매체가 아니었다. 유튜브 뮤직은 시장 지배자였던 멜론을 빠르게 제쳤다. 음질이나 검색 때문에 유튜브 뮤직을 선택한 사용자는 거의 없다. 유튜브를 편하게 보려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택했는데, 유튜브 뮤직을 함께 쓰게 된 것이다. 2000년 전 로마 제국을 무너뜨린 것은 더 강력하고 더 발전한 제국이 아니었다. 그저 정착지를 찾아 북서쪽에서 내려온 야만인이었다.
☞이일호=음악평론가. BMG(소니)클래식스와 유니버설 뮤직의 레이블 매니저를 거쳐 현재 음반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게오르그 솔티의 전집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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