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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 전자도 가능"...'밸류업' 한마디에 행동주의 움직였다

지난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기대감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 펀드에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국내 대표 상장사들이 주주가치를 제고할 경우 주가가 크게 오를 거라는 모의결과가 나오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빙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한 주 동안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ETF는 총 19만9034주, 23억5577만원 어치가 거래됐다. 거래량은 전주보다 34.4배, 거래대금은 36.9배 늘었다. 지난달 24일,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ETF는 기업의 순자산이나 수익성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이 있는 국내 상장사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현재 세아제강지주·크레버스·영원무역홀딩스 등을 담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TRUSTON주주가치액티브 ETF’(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같은 기간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신재민 기자
저PBR주 광풍…장기 수익 가능할까
업종별 수혜도 뚜렷하다.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섹터는 보험(25%) 금융(18.9%) 자동차(18.4%), 은행(18.1%) 등으로, 대표적인 저평가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수치) 1배 미만의 섹터였다. 롯데지주(27.7%) 엘지(26.2%) 등 장부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다고 알려진 주요 그룹 지주사 주가가 급등했고, 사회책임투자(SRI)펀드와 가치주 펀드 설정액도 각각 122억원과 101억원 늘었다.

정부가 증시 저평가 해소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한국거래소가 개발 검토중이라고 밝힌 ‘코리아 프리미엄 지수’(가칭)에도 때 이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7월 저평가 우량주 지수인 ‘JPX 프라임 150’이 개발되자 지난 1월 이를 추종하는 ETF가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신재민 기자



관건은 이런 정책 수혜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 발표에 따라 추가 상승이 가능하지만, 기업의 수익성이나 불합리한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주가가 원상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경제 전망이 안 좋은 상황에서 단기 정책만으로 주가가 계속 오르긴 어렵다”며 “국내 종목 대부분이 저평가돼 있는 만큼, 수익성과 현금 흐름 등 근본적인 지표가 우수한 종목 위주로 집중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조언했다.
“삼전 밸류업 시 13만 전자 가능”
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행동주의 큰손’들도 정부의 정책 개선 흐름에 적극 올라타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금융위원장과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간판 상장사들은 초일류 제품을 만들고 업종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데도 주가는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돼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했다. 이 포럼은 상장사의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개선) 경영을 지향하는 국내 주요 펀드와 운용사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포럼의 이남우 회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은퇴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10년간 한국 증시 총주주수익률(주식평가이익+배당소득)이 미국(12%), 일본(9%)의 절반 수준인 연 5%에 그친다는 것이다. 포럼 측은 한국의 직장인이 2024년 1월 1000만원을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경우, 30년 후 4300만원이 되지만, 총주주수익률이 연 10%로 개선되면 원금을 1억7500만원으로 불릴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에 대한 모의 계산 결과도 내놨다. 현대자동차에는 ▶현금 8조원 투입해 우선주 전량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삼성동 부지 제3자 매각 ▶현대건설 및 KT 지분 매각 등의 방안을, 삼성전자엔 ▶현금 50조원 투입해 우선주 전량 자사주 매입 및 일부 소각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방식 상장 등의 밸류업 방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포럼 측은 “(이를 실행할 경우) 현대차는 PBR 0.6배에서 1.0배로,주가 50만원으로 레벨업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역시 PBR은 1.4배에서 2.2배로, 주가는 13만원 이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병준(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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