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주가 29% 급등…'저평가주' 유통주가 들썩이는 이유
지난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마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49% 오른 8만7400원으로 마감했다. 2주 전인 지난달 19일(6만7900원)과 비교하면 약 29% 급등했다. 롯데쇼핑 주가는 닷새 연속, 신세계 주가는 사흘 연속 상승했다. 현대백화점도 7거래일째 올랐다.
온라인 시장 성장에 따른 실적 악화, 소비 심리 침체 등 영향으로 한동안 약세였던 유통주는 지난달 중순 들썩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를 추진하면서다. 여기에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졌다. 그동안 저평가 받았던 유통 기업들이 정부 기조에 맞춰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는 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교 공시하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담길 전망이다. 이른바 ‘저PBR주’가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 2일 유통 기업들의 PBR은 이마트 0.21배, 롯데쇼핑 0.25배, 현대백화점 0.28배에 불과하다. PBR이 1배 미만이면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보다 적다는 의미다.
롯데쇼핑은 김상현 부회장이 직접 점진적인 배당 확대를 약속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시가 배당률은 2021년 3.1%에서 2022년 3.7%로 높아졌다. 이마트는 지난해 2월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의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지난해 11월 연간 영업이익의 10~15%를 주주 환원 재원으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이익에 관계없이 주당 최소한 3500원의 배당을 약속했다. 현대백화점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그룹 가치제고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룹 내 상장사의 투자 정보와 경영전략, 주주환원 계획 등을 시장에 공유하며 저평가돼 있는 각 사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통주가 단기 상승에 그치지 않으려면 저평가의 근본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관건은 수익성 개선이란 얘기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저PBR주에 대한 투자가 지속가능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ROE의 개선이 필요하며, 첫걸음은 역시 본업의 수익성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주요 유통 기업들의 성장성은 정체돼 있다. 롯데쇼핑의 매출은 2020년 16조1844억원→2021년 15조5736억원→2022년 15조4760억원으로 지속해서 줄어들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5.1% 줄어든 14조68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1분기부터 쿠팡에 매출을 역전당했다. 급성장한 온라인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코로나19가 오프라인 침체에 속도를 붙이며 외형 성장이 둔화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 새벽 배송 제한 등 규제에 묶여 있기도 했다.
전통적인 유통 기업들은 올해 본업인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매장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고객 발길을 되돌린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코로나19 기간 멈췄던 신규 점포 출점을 재개한다. 2025년 상반기 트레이더스 마곡점, 이마트 고덕비즈밸리점(가칭) 등의 신규 출점을 준비 중이다. 롯데마트는 식료품 전문 매장 ‘그랑 그로서리’, 플래그십 브랜드 ‘제타 플렉스’ 등을 선보이며 공간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의 공간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음 달 이색 콘텐트를 선보이는 ‘팝업 플랫폼’을 727㎡(약 220평) 규모로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바닥을 딛고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선을(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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