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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화의 마켓&마케팅] 슈프림, 에르메스 켈리백의 성공 비결…희소성을 팔았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설을 앞두고 초고가 명절 선물을 다룬 뉴스가 종종 눈에 띈다. 수백만원짜리 육류 세트부터 병당 수억원의 주류까지 깜짝 놀랄 정도로 비싸다. 높은 가격에도 수요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희소성이다. 구하기 어려운 만큼 특별하고 가치 있는 선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스타벅스와 스탠리가 공동 제작한 밸런타인데이 한정판 핑크 텀블러를 구하려는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매장 앞에서 밤새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폭행과 도난 사건도 발생했다. 50달러짜리 텀블러는 경매 사이트에서 10배가 넘는 가격에 재판매되기도 했다.

특정 장소·기간에 판매하거나
공급량 제한해 희귀성 관리도
정체성·스토리·사회기여 중요
건강하고 착한 소비에 활용을

하루 한 번만 가능한 낱말 게임 ‘워들’

지난해 8월 서울 강남구에 국내 첫 매장을 개점한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Supreme) 도산’ 앞에서 시민들이 매장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희소성의 파워는 일상의 곳곳에서 발견된다. 낱말 맞추기 게임 워들(Wordle)을 예로 들 수 있다. 다섯 자 단어를 아무거나 입력하면 정답에 없는 글자는 회색, 정답엔 있지만 위치가 틀린 글자는 노란색, 정답에 있고 위치도 맞은 글자는 녹색으로 표시되는데, 결과를 바탕으로 여섯 번 내에 답을 맞히면 이기는 게임이다. 워들은 2022년 뉴욕타임스에 인수되었고, 같은 해 구글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로 기록됐다. 이 단순한 게임이 인기를 끈 배경으로는 팬데믹으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것과 함께 하루 단 한 번만 가능하다는 제한성이 꼽힌다. 전 세계인이 매일 같은 문제 하나를 풀고, 다음 게임을 하려면 다음날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루 한 번이라는 희소함이 성공의 비결인 셈이다.



1975년 버지니아대 스티븐 워첼(Stephen Worchel) 교수의 실험은 희소성의 가치를 보여주는 고전적인 연구다. 두 유리병에 같은 쿠키를 10개, 2개씩 나눠 담은 후 대학생들에게 선택하도록 했더니, 2개가 담긴 유리병의 쿠키에 대한 선호도가 유의하게 높았고 지불 의향 가격도 25%나 높았다. 최근 실시된 다른 실험에서는 손목시계 광고를 두 유형으로 구분해 하나는 ‘한정판매, 서두르세요’, 다른 하나는 ‘최신 모델, 재고 많음’이란 메시지를 담았다. 광고를 본 실험 참가자의 구매 의향은 첫 번째 광고가 두 번째 광고보다 37% 높게 나타났다.

기업은 희소성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은 게릴라식 예고 후 특정 장소에서 특정 기간 소수 제품을 판매하는 드롭(drop) 방식으로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열망하는 대상이 되었다. 무작위 추첨에서 당첨된 소비자에게만 구매 기회를 주는 래플(raffle) 마케팅도 등장했다. 2020년 출시된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는 초대를 받아야만 회원 가입이 가능한 전략을 사용했다. 일론 머스크, 오프라 윈프리 등 전 세계 유명인사가 클럽하우스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가입을 원하는 사람이 폭증했다.

초대받아야 가입되는 클럽하우스

듀크대 심리학과의 마이클 토마셀로(Michael Tomasello) 교수는 희소함에 끌리는 심리적 배경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먼저 희소하다는 특성 자체가 주는 소유의 즐거움이다. 공급량이 한정된 제품을 확보하면 남들보다 나은 위치나 계급에 속한 것처럼 여겨지고 권력감을 느끼는 경우다. 특정 소비층의 명품 소비는 대중의 부러움과 질투를 부르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는 최고급 명품 브랜드가 제품 품질과 함께 희귀성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르메스는 켈리백과 버킨백의 공급량을 연간 12만 개로 제한하고 고객 한 명이 같은 디자인 가방을 1년에 2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소비자는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희소한 제품의 품질이 더 낫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두 종류의 음반이 10만장씩 발매된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매장에서 하나는 재고가 많고 다른 하나는 적다면, 소비 경험이 풍부하고 합리적인 소비자는 음반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선택해 얼마 남지 않은 음반이 더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공급보다는 수요에 기반한 희소성이라 할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희소한 제품을 더 많은 사람이 소유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매장에 적게 남아 귀하게 여겨졌던 음반이 결국 10만 명의 집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은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즉 자신만 뒤처지고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의 영향이다. 희소한 물건을 구해두지 못하면 기회를 잃어버리고 홀로 남겨질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작용한 경우다. 10만원이 넘는 유명 셰프의 햄버거, 새벽부터 줄 서야 맛볼 수 있는 베이글 등 소셜미디어를 떠도는 이야기는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나를 제외한 모두가 즐기고 있다는 상실감을 느끼도록 한다. 운동화, 스포츠 카드 컬렉터들도 희소한 아이템일수록 먼저 확보해 둬야 안심한다. 많이 남은 제품은 이후에 구하면 되기 때문이다.

명분 없는 공급 제한은 존재감만 날려

희소성의 파워도 이왕이면 건강하고 착한 소비를 위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한정판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 수익을 기부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건강, 환경 이슈에 민감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희귀성을 어필하면 프로젝트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탐스슈즈는 멸종위기에 처한 자이언트 판다의 불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환경단체 와일드에이드(WildAid)와 함께 판다 컬렉션 비건 신발을 한정 판매해 호응을 얻었다.

한국 소비시장은 새로움과 독특함, 다름을 추구하는 동시에 타인을 의식하는 집단적 성향이 강한 복합성을 지닌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 확산력이 크고 유행 변화 속도도 빠르다. 그만큼 희소성이 미치는 영향력이 큰 동시에 가치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특별한 명분 없이 공급을 제한하고 가격을 높이면 어느새 유사 상품과의 경쟁에 휩싸여 존재감이 사라져 버린다. 희소성의 가치는 고유한 정체성과 의미 있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활용될 때, 단순한 영업 기술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향하는 목적으로 구현될 때 빛을 발한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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