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호의 법과 삶] 의료인 형사책임특례는 평등원칙에 반한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2/01/34eba4a8-4f06-4b82-a330-b56d96575ff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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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면허를 부여한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 거의 모든 전문직은 물론 국가공무원, 교사, 공공기관 임직원 등 조차도 일반 형사범죄로 처벌받는 경우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면허취소, 정지 처분을 받는다. 유독 의료인만이 유일하게 면책되어 왔다. 의료인은 성직자, 변호사와 함께 대표적 3대 전문직이다. 전문직은 가장 많은 교육을 받고, 비교적 높은 소득과 신분이 보장되고, 공익적이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대신 다른 직업인에 비하여 높은 윤리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진다. 특히 의료인은 생명을 독점적으로 다루는 진료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존경을 받고 그만큼 윤리적, 법적 책임 역시 더 무겁게 져야 한다.
국가는 전문직의 자질과 윤리성을 보증하고 관리하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건복지부는 법이 재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만들어 의료인에 대한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를 거론하기 시작하였다. 응급의료, 중중외상, 흉부외과, 산과 등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종합보험에 가입하거나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다시 개정하여야 필수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든다. 필수의료인력확보는 의료인 대량양성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전 국민이 보편적으로 특례대상이 되는 법률인데 반하여 의료인 형사특례법은 일방적으로 의료인에게만 혜택이 가는 불공정법이어서 비교대상이 아니다.
형사범죄에 대하여 특정 직업에 예외를 두게 되면 결국 모든 직업에서 특례를 주장하게 되어 국가 공권력을 무력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급성장한 동력은 토목, 건설, 선박, 자동차, 전자산업을 일으킨 안전관리자, 기술자들 덕분이다. 그런데 이들은 산업재해보험, 근로자재해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산업안전보건법 이외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추가로 제정하여 가중처벌하고 있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국가로부터 면허를 부여받지 않은 직업인에게도 엄격한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데 의료인에 대해 형사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최소한 의료인 형사특례를 주려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처럼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과실을 추정하고 의료인에게 무과실 입증책임을 부담시켜 환자의 권리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혹시 보건복지부가 의대정원 증대에 대한 반대급부로 의료인 형사특례로 타협하려는 행정편의주의적 의도라면 이는 국민의 생명권과 맞바꾸는 위험한 태도이다. 생명은 보호 대상이지 양보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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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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