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싫어" 녹취에 특수교사 유죄…주호민 아내는 흐느꼈다
유명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에게 1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다. 교사 측은 학대 증거로 제출된 녹음파일에 대해 “몰래 녹음한 것이라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1일 아동학대처벌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특수 교사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기소를 없던 일로 (면소)해주는 판결이다.
A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씨의 아들(당시 9세)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주씨 측은 이상 행동을 하는 아들의 가방 속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기반으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법원 “몰래 녹음 예외적 증거 인정, ‘너 싫어’ 반복해 정서적 학대”
A씨 측은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과의 대화’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 모친이 자녀에게 들려 보낸 녹음기로 수업 내용을 몰래 녹음한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위법한 녹음 파일이라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녹음 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정하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만, 대화의 녹음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그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곽 판사는 “피해자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인지 능력과 표현력이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져 아동학대 범행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고, 피해자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모친 입장에선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CCTV가 설치됐거나 방어 능력이나 표현력이 있는 여러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교실이 아닌 장애를 가진 소수의 학생만 있고 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교실에서 있었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 정당행위 요건을 모두 구비해 위법성 조각 사유가 인정된다”며 증거 능력을 모두 인정했다.
그러면서 A씨의 여러 발언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이야기하는 거야.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한 부분은 정서적 학대라고 인정했다.
곽 판사는 “이 발언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피해자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표현들이고, ‘너 싫어’라는 단순하고 명확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섞어 사용함으로써 그 부정적 의미나 피고인의 부정적 감정 상태가 그대로 피해자에게 전달되었을 것”이라며 “피해자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하고, 특수교사인 피고인의 미필적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었어” 등 나머지 발언은 “부적절한 표현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학대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곽 판사는 “피고인은 특수교사로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짜증을 내며 피해자를 정서적으로 학대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일부 발언만 정서적 학대로 인정되고, 피고인의 범행이 실제 피해자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어느 정도 해를 끼쳤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주호민 “특수 교사들에게 누 안되길” 교사 “항소하겠다”
주씨는 재판이 끝난 뒤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전히 무거운 마음”이라며 “이 사건이 열악한 현장에서 헌신하는 특수교사분들께 누가 되지 않길 바란다. 장애아동 부모와 특수교사의 대립으로 비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씨는 논란 이후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향했던 비난 여론에 대해 “오늘 판결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이날 재판 직후 교육청 북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고 밝혔다.
최모란(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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