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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야옹 배우들, 설 스크린 장악합니다

‘도그맨’. [사진 엣나인필름]
“개들이 필요한 동작을 할 때까지 기다렸어요. 몰카처럼 찍었습니다.”(‘도그 데이즈’ 전민 프로듀서) “주연 배우가 개들과 친해지려고 3개월 동안 매일 아침 40~50분씩 같이 산책했어요.”(‘도그맨’ 뤽 베송 감독)

개성 만점 개들과 반려인들의 성장영화 ‘도그 데이즈’(7일 개봉), 개들에게 구원받은 남자의 복수극 ‘도그맨’(1월 24일 개봉)은 개 배우의 호연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아내가 남편의 추락사 사건 용의자로 몰리는 법정 영화 ‘추락의 해부’(1월 31일 개봉)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대상)과 함께, 최고의 개 배우에게 주는 ‘팜도그상’을 받았다. 극 중 부부의 시각장애아들의 안내견으로 사건 실마리를 제시하는 보더콜리 ‘메시’가 수상했다.

‘아가일’.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동물 반려 인구 1000만 시대. 설 연휴를 앞둔 극장가를 동물 배우들이 장악했다. 할리우드 첩보영화 ‘아가일’(7일 개봉)은 ‘킹스맨’ 시리즈로 유명한 매튜 본 감독이 스파이 소설계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자신의 반려묘 ‘알피’와 함께 실제 스파이들의 표적이 된 위험천만한 여정을 그렸다. 알피 역에 먼저 캐스팅한 고양이의 연기력이 불만족스럽자, 본 감독이 아내인 수퍼모델 클라우디아 쉬퍼의 반려묘 ‘칩’을 캐스팅했다.

‘도그 데이즈’. [사진 CJ ENM]
동물 출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수칙은 관찰, 이해, 기다림이라고 한다. 3년 전 KBS 사극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말을 억지로 넘어뜨려 숨지게 했던 일도 경각심을 일깨웠다. 충직하고 똑똑한 개들도 예외는 아니다. ‘도그 데이즈’로 연출 데뷔한 김덕민 감독은 “동물 배우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은 무조건 피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영화 ‘도그맨’에는 어릴 적 학대 당한 남성이 개 124마리에게 구원 받는다.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는 까칠한 독신남 건물주(유해진)와 동물병원 수의사(김서형), 초로의 유명 건축가(윤여정)와 배달 라이더(탕준상), 초보 부모(정성화·김윤진), 한 여성의 전 남친(다니엘 헤니)과 현 남친(이현우) 등 가까워지기 힘든 이들이 개들 덕분에 서로 이해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유기견과 아이 입양, 인간의 늙음·죽음과 개 안락사 등 묵직한 소재를 따뜻하게 풀어냈다.

‘아가일’은 매튜 본 감독이 아내의 반려묘를 영화에 출연시켰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사랑의 작대기’ 역할의 개 3마리가 눈길을 끈다. 개똥 문제로 동물병원과 건물주의 갈등을 일으키는 유기견 ‘차장님’은 1년 8개월(촬영 당시 기준)의 치와와 ‘와와’, 건축가의 반려견이자 양부모에게 입양된 소녀와 친구가 되는 ‘완다’는 1년 6개월의 프렌치 불도그 ‘완다’, 주인이 떠난 뒤 우울증에 걸린 ‘스팅’은 8살 골든리트리버 ‘플로이드’가 연기했다. 영화 ‘멍뭉이’(2022), 올초 종영한 MBC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 등에 참여한 전문 동물 에이전시 ‘퍼펙트독’이 개 배우 섭외 및 관리를 맡았다.

‘도그 데이즈’에선 갈등 원인이 됐던 유기견 덕에 오히려 사랑이 싹튼다. [사진 CJ ENM]
완다가 주인이 탄 구급차를 쫓아 차로를 달리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이 용이한 초록색 쫄쫄이를 입은 훈련사가 목줄을 잡고 같이 뛴 뒤 CG로 지웠다. 자동차가 강아지 앞에 급정거하는 장면은 후진 영상을 거꾸로 돌려 편집했다. 캐스팅부터 촬영 동선, 장소, 숙소도 개 배우를 먼저 배려했다. 퍼펙트독 권순호 대표는 “자연스러운 장면을 위해선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권 보호 단체 ‘카라’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요 배역은 16주령 이상 개를 출연시키고, 함부로 만지지 않는 등 수칙을 지켰다.

‘도그맨’의 도베르만 핀셔. [사진 엣나인필름]
‘도그맨’의 경우 뤽 베송 감독이 4년간 어린 아들을 개 철창에 가둔 학대 부모의 실화에 상상을 보탠 작품이다. 124마리 개 출연진 중 5마리만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LA 동물 에이전시 출신. 주연 배우 케일럽랜드리 존스, 동물 훈련사가 감독과 힘을 합쳐 “개들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며 영화에 원하는 움직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예컨대 개들이 주인공에게 설탕을 갖다 주며 파이 만드는 걸 돕고, 일사불란하게 절도·대리 보복을 저지르는 대목도 편집·암시 등의 노하우를 동원했다. 뤽 베송 같은 거장도 “우리가 개한테 맞춰야지 개를 우리에게 맞추려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는 영화 오프닝 문구는 프랑스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말이다. 뤽 베송 감독은 자신의 개도 영화에 출연시켰다. 어린 시절 개 철창에 갇힌 주인공이 가장 먼저 쓰다듬는 검은 개가 뤽 베송의 반려견 ‘스눕’이다.



나원정(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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