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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상관없이 뭉친다…삼성에 ‘초기업 노조’ 곧 출범

삼성그룹 내 첫 통합 노동조합이 출범한다. 조합원 1만3000여 명 규모의 ‘공룡 노조’다.

3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내 4개 계열사 노조가 모인 ‘삼성기업 초기업 노동조합’이 제1회 조합원 총회를 열고 내부적인 출범 선언과 규약 개정 등을 했다. 통합 노조에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노조’, 삼성화재 ‘리본 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 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 노조’ 등이다.

초기업 노조를 주도하는 곳은 삼성전자 DX 노조다. 이 노조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에 계열사별 차이가 큰 급여‧성과급을 동일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통합 노조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게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합원들이 지지를 보내자 초기업 노조 설립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말 DX노조는 임시총회를 열고 초기업 관련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80%가 넘는 찬성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DX노조는 삼성전자의 대표 노조는 아니다. 삼성전자에는 DX를 비롯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 사무직 노조, 삼성전자 구미 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 등 5개 노조가 있다. 이 중 조합원이 가장 많은 전삼노(1만 여 명)가 사측과 단체협약이나 임금 교섭을 할 수 있는 대표 노조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있는 삼성사옥. 연합뉴스

초기업 노조 출범의 목적은 협상력 확대다. 몸집을 불리면 사측과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어서다. 대표 노조인 전삼노의 무리한 운영에 대한 불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삼노는 사측에 6%대 임금 인상과 일시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했다. 조합원 중에는 실적이 최악인 상황에서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라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파업까지 추진했다.
김경진 기자

결국 지난해 사측과 임금 교섭에 실패했고 올해 2년치 임금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조원은 “지난해 파업한다고 했다가 내부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지지를 못 받았다”며 “협상력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임금 교섭도 흐지부지됐다는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초기업 노조가 출범하더라도 대표 노조가 아니기에 교섭권은 없다. 그렇더라도 소속 회사에 상관없이 뭉친 거대 노조의 출범은 삼성 그룹엔 부담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2월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더는 사측과 교섭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 파업권 확보 절차를 밟았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파업권이 삼성 경영진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일 수는 있다. 삼성은 창립 이후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다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하며 노조가 출범했다.

새로 생긴 초기업 노조가 구심점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초기업 노조 구성원의 업태가 엔지니어‧서비스직‧생산직 등 다양해서 내부 합의를 보기가 쉽지 않아 파업 등 대규모 집단행동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예컨대 계열사 실적에 따라 차이가 큰 급여‧성과급 지급을 동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노조 언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한 조합원은 “입사 때부터 실적에 따른 성과 보상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직원이 대부분”이라며 “초년생과 재직기간이 긴 직원 간에도 의견이 다르다”고 말했다.

초기업 노조는 오는 2월 중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통합 노조에 참가한 4개 노조 외에 다른 계열사 노조 중에도 초기업 노조에 가담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식 출범 때는 노조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최현주(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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