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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제조업 생산 25년만 최대 감소…올해 체감경기 나아질까

김경진 기자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업황 불황으로 연간 제조업 생산이 2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올해는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생산 부문에는 ‘청신호’가 켜졌지만, 고금리 여파로 위축된 소비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지수(2020년=100)는 110.9로 전년보다 0.7% 증가했다. 2021년(5.3%) 이후 3년째 증가세다. 산업 생산 증가를 견인한 건 서비스업(2.9%)이다. 세부 항목 중에선 금융·보험과 운수·창고 등에서 늘었는데 각각 신용카드사의 영업이익 증가와 엔데믹 이후 항공·여객이 회복된 영향이 관련 서비스업 생산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불황→제조업 생산 타격
김경진 기자
하지만 한국 경제의 주력 부문인 광공업 생산은 3.8%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이 3.9% 줄며 1998년(-6.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특히 지난해 초 전 세계적인 IT 수요 위축과 반도체 재고 증가로 업계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면서 반도체 생산은 5.3% 줄었다. 2001년(-15.3%)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소비와 투자도 일제히 쪼그라들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1.4% 줄면서 2년 연속 감소했다. 감소 폭 기준으로는 2003년(-3.2%) 이후 20년 만에 최대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고)금리·(고)환율 영향”이라면서도 “최근 소비 패턴이 재화에서 서비스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소매판매 지수는 재화 부문의 소비만 집계돼 전체 소비를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설비투자는 5.5% 감소해 2019년(-5.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기저효과와 더불어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업황이 침체되면서 반도체 설비와 관련된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7.2%) 투자가 감소한 영향이다.

올해 수출 호조세…문제는 '소비 위축·건설업 부진’
다만 지난해 12월 월간 동향을 감안하면 올해 경기 전망은 상대적으로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훈풍으로 12월 산업 생산은 광공업·서비스업에서 모두 증가해 전달보다 0.3% 늘었다. 두 달째 증가세다. 설비투자도 자동차 등 운송장비(-3.2%)에선 줄었지만, 기계류(8.9%)에서 늘면서 5.5% 증가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제조업 중심의 경기회복이 이어지고 있고 부진했던 설비투자도 12월 큰 폭으로 개선되며 투자 여건이 완화될 조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과 건설업 부진은 하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건설투자를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2.7% 하락했다. 지난 30일 IMF(국제통화기금)는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내수 약화가 경제 반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귀범 과장은 “당분간 소비가 얼마나 오르내릴지는 유보적인 상황이고, 건설투자는 단번에 좋아지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물가가 안정되고 국민의 실질 소득이 늘면 소비 부문도 좋아질 텐데 워낙 리스크 요인이 많아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수출 회복으로 주요 기업들 상황은 나아지겠지만, 국민이 이를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림(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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