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원 면담 1시간, 관광지 5시간…2억짜리 지방의회 출장 논란
미국 서부 여행 대표 코스 지적
31일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이하 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시도의회의장 11명과 수행원 11명, 협의회 직원 5명 등 총 27명은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서부 도시를 돌았다.
출장목적은 ‘지방자치기관 비교 견학을 통한 성공사례 발굴 및 우수시책 개발’이었다. 협의회가 제공한 출장 일정을 보면 지난 11일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의장단은 12일 오전 로스앤젤레스 시의회와 한인의 날 선포식에 참석한 뒤 오후엔 ‘게티 센터’를 방문했다. 게티 센터는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인 종합예술센터(박물관)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가든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관광지에서 보낸 시간 훨씬 길어
이곳을 일정에 넣은 건 “국내에도 지역마다 컨벤션센터가 많기 때문에 벤치마킹 차원에서 라스베이거스 일정을 잡았다”고 했다. 이후 다음날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을 찾았다. 17일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관람한 뒤 마지막 행선지인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이들 일정을 보면 로스앤젤레스 시의회 방문 시간은 40분, 연방하원의원 면담 두 차례 각 30분과 1시간, 샌프란시스코 시의회 1시간 30분 등이었다. 반면 관광지에선 3~5시간을 머물렀다.
미국 출장 예산만 1억9460만원 들어
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이동 경로 중간에 관광지가 있어서 비어있는 시간에 방문 일정을 잡은 것”이라며 “사행성이나 유흥을 위한 장소가 아닌 곳으로 잡았고 일부 투어는 취소하는 등 관광을 최소화했다”고 해명했다.
있지도 않은 ‘로봇 경찰’을 보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해외 출장을 간 사례도 있었다.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와 문화건설안전위원회는 지난해 3월 19일부터 7박 9일 일정으로 두바이와 이집트를 다녀왔다. 이들은 ‘최초의 로봇 경찰’을 보려고 두바이로 떠났으나 로봇 경찰은 구경도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두바이엔 로봇 경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출장 간 도의원은 11명, 직원 6명으로 1인당 400만∼450만원이 투입됐다.
'로봇 경찰' 없는데 로봇 경찰 보러 가
두바이로 해외 출장을 갔다가 외유성 논란에 휩싸인 지방의원들은 또 있다.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4박 6일간 두바이로 출장을 떠난 충북 기초의회 의장단이다. 증평군의회 뺀 10개 시ㆍ군 의회 의장 10명과 의회 사무국 직원 11명이 출장에 나섰다. 경비는 1인당 387만원이고 자부담은 29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출장비 규모는 8100여만 원에 이른다.
출장 목적은 “국외 선진 지역 관광개발과 도시재생, 마케팅 전략, 재생에너지 구축 사례 현장 견학”인데 관광지 방문이 상당수 포함됐다. 의장단은 출장 기간에 기관 3곳만 방문했다. 이에 충북참여연대는 “외유성 해외 출장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진호(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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