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출산휴가’ ‘새학기 바우처’…與, 투표율 높아진 MZ 노렸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일명 ‘MZ 세대(1980~2000년대생)’에 초점을 맞춘 저출산 대책이 공약으로 쏟아졌다. 인생 주기상 주로 결혼·출산을 겪는 연령대인 20~30대 청년층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서다. 60대 이상 노인 표심에 호소하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나 ‘경로당 무상급식’ 등을 총선 주요 공약으로 내건 야당과 대조적이다.
이번 총선은 처음으로 60대 이상 유권자 비중(31.4%)이 2030 유권자 비중(28.8%)보다 크다. 하지만 2030 투표율이 꾸준히 증가세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투표율은 2008년 18대 총선 당시 46.1%에서 2020년 21대 총선에선 66.2%로 20.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2030 투표율은 18대 32.2%에서 21대 58.6%로 26.4%포인트 증가했다. 투표율 격차는 13.9%포인트에서 7.6%포인트로 줄었다. 상대적으로 투표에 무관심하다고 여겨진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오는 모양새다.
김형준 배재대(정치학) 석좌교수는 “선거가 혼전일수록 선호 정당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중도 표심을 얻는 게 중요하다”며 “60대 이상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한 여당이 ‘산토끼’ MZ 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저출산 대책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공약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아빠 휴가 의무화만 해도 없어서 안 쓰는 게 아니라 ‘있어도 못 쓰는’ 상황이 문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38곳의 인사담당자를 설문한 결과 52.5%가 “원하는 사람은 육아휴직을 모두 쓸 수 있다”고 답했다. 뒤집어 말하면 절반가량은 원하더라도 육아휴직을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심지어 20.4%는 “육아휴직을 전혀 쓸 수 없다”고 답했다.
재정에 대한 검토도 부족하다. 초1부터 고3까지 자녀를 둔 가정에 한 학기당 50만원, 1년에 10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새 학기 바우처’ 사업을 추진하려면 연간 5조원가량 들지만, 재원 마련 계획이 불투명하다. 육아휴직 급여를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한술 더 떠 8세 미만 자녀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을 8~17세에게도 월 20만원씩 준다고 공약했다. 18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펀드 계좌에 월 10만원씩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역시 재원 마련 방안은 빠졌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국가 과제로 떠오른 만큼 총선에서 화두로 등장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치솟은 주택 가격, 수도권 집중, 사교육비 문제 등 여러 난제와 맞물린 만큼 육아휴직이나 각종 수당을 건드리는 단편적 대책만으로 한계가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아이디어 차원의 공약보다 현실적으로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저출산 대책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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