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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정부 추진 의무공개매수제, 기업‧M&A 지연시킬 것”

국내 경제계가 의무공개매수제도 부활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법무법인 광장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기업 경영 법‧제도 리스크 점검’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올해 대내적으로는 총선 국면에 따른 규제 입법 증가, EU 공급망 실사지침, 탄소국경조정제도 같은 규제 강화로 경영상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이런 법‧제도적 리스크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법무법인 광장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2024년 기업 경영 법‧제도 리스크 점검’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경협

광장은 “소수 주주와 개인투자자의 권리 강화 기조가 기업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표적인 규제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꼽았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회사 주식을 25% 이상 보유한 최대 주주가 M&A를 진행할 때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공개 매수를 해야 하는 제도로, 정부·여당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인수자가 상장사 주식을 25% 이상 보유하게 될 때 취득 지분을 포함해 주식 총수의 ‘50% 1주’ 이상을 공개 매수해야 한다. 지배 주식 매매로 경영진이 바뀌는 데 따른 소수 주주와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이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1997년 1월 도입됐다가 외환위기 여파로 기업 구조조정과 M&A 활성화를 위해 1998년 2월 폐지됐다. 이후 최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비싼 값에 주식을 매각하는데 일반 투자자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자 정부가 지난해 재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그간 경제업계에선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도입되면 인수인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하고 M&A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김경천 광장 변호사는 “상장회사 인수 시 소수 주주들에 대한 공개매수를 강제하는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인수인의 부담을 가중해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M&A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의무공개매수 가격에 대한 구체적 내용 등 향후 입법 과정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협은 주주권 행사 관련 각종 제도, 정책 급증에 대한 우려도 제시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관련 정책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대해서는 “최근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사례 축적 등 관련 규제 신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선정호 광장 변호사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지정,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에 대한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플랫폼 경쟁 촉진법(가칭)’ 입법 움직임에 기업들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법무법인 광장가 30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연 ‘2024년 기업 경영 법‧제도 리스크 점검’ 세미나에서 김경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경협

김상민 광장 변호사는 지난해 말 발표된 ‘EU 공급망 실사지침’의 잠정 합의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김 변호사는 “독일‧프랑스 등 이미 공급망 실사가 법제화되어 시행 중인 국가에서는 기업들을 상대로 한 이해관계자들의 소송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관련 공급망 실사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입법 전 기업들이 공급망 실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노동조합법 등 주요 노동법률의 개정 경과에 대해서 송현석 광장 변호사는 “기업이 인사제도 개편 일환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 대법원 판례 등이 요구하는 적법절차를 충실히 거쳐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이나 갈등 상황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적용되면서 중소·영세 사업자의 폐업 및 근로자 실직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해 주주권 행사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수연 광장 연구위원은 “관련 정책들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더욱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둘 이상의 행동주의 펀드들이 공격하는 ‘스워밍’(swarming) 현상이 늘고 사모펀드의 행동주의적 접근도 감지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정교하고 다차원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현주(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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