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발 IT노조 바람, 테헤란밸리 상륙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중심 IT 노조 설립 바람이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테헤란로 중심 스타트업 생태계)로 불고 있다. 근무 조건이 좋아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 이어 ‘토당야’(토스·당근·야놀자)로 분류되는 회사 중 야놀자에서도 최근 노동조합이 설립됐다.정보통신(IT)노조가 확산한 큰 동력은 ‘선배 노조’의 선전이다. IT위원회 산하 노조는 2018년 이후 IT업계 불만으로 꼽히던 포괄임금제, 크런치모드(개발 마감을 위한 연장근무) 등 폐지를 주도했다. 네이버는 노조 설립 석 달만인 2018년 7월에 포괄임금제를 폐지했고. 2019년에는 카카오·넥슨 등 노조 있는 기업과 토스 등 노조가 없는 IT기업도 포괄임금제를 없앴다. 지난 4월 설립된 엔씨소프트 노조는 단체협약을 연내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엔씨소프트 노조 송가람 지회장은 “고용 불안,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해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며 “노조의 성공 경험이 있고 판교라는 지역적 요소, 게임이라는 산업적 요소를 고려해 연대할 수 있는 기업이 모인 IT위원회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IT위원회 소속 노조의 성과가 야놀자 등 다른 기업의 노조 설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IT노조 확장에 대해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 플랫폼 대기업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화,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 있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기업이 성장이 저해될 수 있고, IT기업의 장점인 성과주의가 훼손되고, 역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중노동시장 구조에 대한 지적도 있다. 노조 없는 한 IT기업 종사자는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S급 개발자 등 억대 연봉이 아니면 노조가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혁진 연구위원은 “이중노동시장, 원하청 간 커지는 격차 등을 우려해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자회사와 손자회사와 공동 상생을 위해 노동 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도모한다”며 “기업별 교섭을 넘어 개발자에 대한 표준노동조건을 만들어내거나 기업 단위가 아닌 산업 단위 교섭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IT노조가 성과를 내면서 노조 설립 움직임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윤 네이버 지회장(화섬노조IT위원장)은 “올해는 IT 중소기업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 하청이나 자회사 구분 없이 IT 업계 종사자의 노동 조건이 개선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국(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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