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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반대말과 상대어

반대말과 상대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어떻게 설명이 되어 있을까요? 놀랍게도 반대말과 상대어는 설명이 같습니다. 『명사』 『언어』 그 뜻이 서로 정반대되는 관계에 있는 말. 한 쌍의 말 사이에 서로 공통되는 의미 요소가 있으면서 동시에 서로 다른 한 개의 의미 요소가 있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 ‘총각’과 ‘처녀’, ‘위’와 ‘아래’, ’작다’와 ‘크다’, ‘오다’와 ‘가다’ 따위이다. 이러한 설명은 반대어나 반의어도 같게 나옵니다. 사전이 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와 상대는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반대라는 말과 ‘반대가 되는 말’은 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로 양극단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편과 상대편도 같은 뜻도 아닙니다. 따라서 반대말과 상대어를 설명할 때는 좀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있다와 없다는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과 악도 분명히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과 죽음도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편 서로 짝을 이루면서 보완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은 주로 상대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은 상대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을 반대로 보는 사회는 수많은 문제가 일어납니다. 자유가 있으면 평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평등을 이루려면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자유로운 사회는 불평등한 게 당연하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남과 여도 생각해 볼 점이 있습니다. 반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서로 짝을 이루고 조화를 이루기에 상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녀를 반대의 개념으로 보는 순간 많은 차별이 일어납니다. 아들과 딸, 아버지와 아들은 반대말이 아닙니다.
 
반대말이나 상대어를 국어학에서는 주로 반의어라고 합니다. 반의어는 이러한 두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의어는 양극이 있는 반의어가 있고 중간과 단계가 있는 반의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삶과 죽음은 양극의 반의어입니다. 중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가끔 농담처럼 반죽음이라고 표현하기는 합니다만, 이것도 살아있는 겁니다.  
 
한편 희다와 검다는 수많은 중간이 있습니다. 회색을 중간처럼 이야기하지만 회색만 가운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양극단을 피하는 것을 중도(中道)라고 하기도 합니다. 우와 좌의 사이에도 수많은 중간이 있습니다. 지나친 우를 극우라고 하고, 지나친 좌를 극좌라고 합니다. 치우쳐 있기에 피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불교에서 중도는 중간이 아닙니다. 양극을 피한 자리가 중도입니다. 그래서 종종 중도는 조화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반대말, 상대어, 반의어를 공부하면서 수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나와 다른 것을 바라보면서 수많은 고정관념을 만납니다. 어쩌면 모든 반대는 모두 다 상대일 수 있습니다. 반대라고 생각했던 표현들에 상대의 개념을 붙여보세요. 그러면 모든 게 조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있다의 반대말인 없다도 상대의 개념으로 생각해 보세요. 삶의 반대인 죽음도 상대의 개념으로 바라보세요.  
 
그것을 깨닫는 게 중도일 수 있습니다. 반대되는 쪽이 아니라 상대를 만나면 조화롭고,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반대는 경쟁이나 부딪침이 연상된다면, 상대에는 타협과 어울림이 연상됩니다. 상대에게 쓸 수 있는 개념은 나와 다르다는 것이라면, 반대에는 틀린다는 개념이 생성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를 볼 때는 수많은 중간을 보게 됩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종교와 철학에서 중도와 중용이 중요한 이유일 겁니다. 중도와 중용을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보는 힘은 반대라는 관점을 상대로 보는 관점에서 비롯됩니다. 요즘 세상은 그야말로 반대투성이입니다. 따뜻한 어울림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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