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샀는데…‘가품 의심 몽클’은 어떻게 트레이더스에서 팔렸나
대형 마트서 어떻게 가품 팔렸나
통상 병행수입은 브랜드 본사와 거래하는 현지의 편집숍인 부티크, 부티크로부터 물건을 사오는 병행수입 업체, 업체가 물건을 납품하는 국내 유통 플랫폼의 구조로 진행된다. 본사는 부티크 숍에 물건을 파는 첫 단계에서 새니타이즈드 인보이스를 발행하는데, 국내 유통사는 이를 진품인지 확인하는 자료로 쓰고 있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다른 대형 유통사들은 사고 방지 차원에서 실물 검증 절차를 거친다. 롯데가 운영하는 ‘롯데탑스(TOPS)’와 NC백화점이 운영하는 ‘럭셔리갤러리’는 병행수입 명품 판매시 관세청의 관리·감독을 받는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에 검증을 의뢰한다.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트레이더스측은 “가품 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해 협력업체가 유통 전 과정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한 상황”이라며 “병행수입 제품 판매 체계를 전면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도 뛰어든다 … ‘검증’ 중요해진 병행수입 명품
병행수입 업체도 다양해졌다. 1999년부터 명품 병행수입을 한 B씨는 “2000년대 초에는 소수만 참여하던 시장이었는데,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구매가 늘어난 2010년대부턴 대형 유통사가 뛰어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1인 병행수입 사업자도 많다”고 말했다.
병행수입 업체가 늘며 가품 우려도 커졌다. 관세청의 2022년 지식재산권 침해단속 연간통계보고서에 따르면 통관 단계에서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 적발 현황은 4만5514건, 수량으로는 1694만여개로 2018년 이후 적발 규모 중 가장 크다. 이 중 상표권 위반 사례가 4만4803건, 1522만여 개로 전체의 90%를 넘는다. B씨는 “오랜 기간 유럽 현지를 오가며 병행수입 명품의 신뢰도를 쌓아왔는데, 대형 유통사에서 이런 일이 생기는 바람에 병행수입 제품 전체가 의심받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 활용 검증도
명품 제조사가 직접 진품을 인증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 개발에 앞장서기도 한다. 가품 유통은 결국 제조사 손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IPO)은 지난 1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EU의 의류 시장이 가품 때문에 연간 약 120억 유로의 수익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2021년 세계적인 패션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 프라다 그룹 등은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만들고 블록체인 기반의 진품 인증 절차를 만들었다. 스톤아일랜드, 파라점퍼스 등 80여개 브랜드는 써티로고(Certilogo) 서비스와 협력해 제품의 세탁 라벨에 QR코드를 삽입해,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진품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진품 확인 서비스를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는 “명품 제조사가 제품의 원산지 및 유통 정보를 블록체인 등 위변조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제품에 내장하는 방식이 가품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수정(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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