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540% 뛰고 대박…오픈런까지 부른 '밥솥회사 가습기'
최근 한국 소비자들에게 ‘코끼리’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번에는 밥솥 아닌 가습기다. 물을 끓여 기화시키는 가열식 가습기가 세척도 쉽고 깨끗하다는 소문이 맘카페 등에서 퍼졌다. 가습기 안전성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이 빠르게 호응한 것. 지난해 1월 1일 이마트에서 조지루시 가습기를 할인 판매하는 신년행사를 열자, 소비자들은 개장시간에 맞춰 달려가 구매하는 ‘오픈런’까지 나섰다.
100년 기업도 밥솥만으론 못살아
1918년 설립된 조지루시도 시장 변화에 맞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전기밥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가열식 가습기를 1996년부터 내놨다. 밥솥 구조와 흡사한 형태로, 내부에 물을 붓고 끓여 증기를 배출시키는 구조다. 조지루시코리아 관계자는 “해외에는 아무 홍보를 하지 않았고 일본 국내용으로만 가습기를 판매했는데도, 한국인들이 일본용 제품을 병행수입해 쓰기 시작하며 유명해졌다”라며 “애프터서비스(A/S)도 안 되는 110V 제품이라 불편할텐데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런 호응에 회사는 2022년 1월 한국에 정식 모델을 처음 출시하고 지난해에도 용량을 키운 신모델을 추가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조지루시 가습기는 2022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조지루시 가습기 온라인 판매처 중 한 곳인 쓱닷컴에 따르면 ‘쓱데이’ 행사가 있던 지난해 11월에는 연초대비 판매량이 540%까지 치솟기도 했다. 가습기 수요가 늘어나는 가을·겨울에는 주문 후 배송까지 2주가 걸리기도 했다. 조지루시는 가습기 외에도 전기포트·오븐렌지·보온병·이불건조기·식기건조기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놨. 2022년 기준 조지루시 매출 중 밥솥 비중은 45%다.
밥솥 기업이 다 판다
그 결과 2018년에는 쿠쿠 전체 매출에서 밥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그해 회사는 렌털 사업과 생활가전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쿠쿠 홈시스’로 재상장했다. 밥솥 포함 주방가전을 담당하는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를 합친 연 매출은 2022년 1조6936억원. 이 중 64%가 밥솥 아닌 다른 가전에서 발생한다. 쿠쿠 관계자는 “펫 드라이어는 수의사와 함께 강아지들의 특성을 고려해 개발한 상품이고 음식물 처리기 역시 개발부터 직접 다 했다”라며 “그러다 최근 5년 내에 내놓은 제품들은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기 위해 ODM(제조사 개발·생산)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밥솥 2위 기업 쿠첸은 현재 매출의 22%를 차지하는 비(非)밥솥 제품군의 비중을 더 늘리려 한다. 커피머신·미니 에어프라이기 등 주방 소형 가전 시장을 공략 중이다. 회사에 따르면 밥솥 외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전기레인지로 매출의 19%를 차지한다.
밥솥은 더 고급으로, 프리미엄 전략
그렇다면 기존 밥솥 사업은? 기업들은 프리미엄 제품군을 늘리는 고급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쿠쿠는 2022년 소음을 줄인 쿠쿠 마스터셰프 사일런스를 출시했다. 회사의 밥솥 제품 중 가장 고가로 10인용 밥솥 1대 가격이 73만8000원이다. 고가의 제품은 판매량은 적어도 수익성이 더 뛰어나다. 이외에도 밥을 지을 때 고압·무압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추가하며 고급화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쿠쿠의 밥솥 매출 중 20% 이상은 프리미엄 밥솥에서 나온다고 한다.
쿠첸도 기능을 강화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갖춘 밥솥으로 라인업을 확장 중이다. 최근 김연아를 홍보 모델로 내세운 ‘브레인 밥솥’을 중심으로 도자기·자연물 등을 본따거나 캐릭터를 넣은 다양한 디자인 제품 등이 인기다. 쿠첸 관계자는 ”프리미엄 밥솥 제품이 판매 24%를 차지하고 있으며, 내솥에 흠집이 나도 코팅이 벗겨질 우려가 없는 스테인리스 밥솥은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9% 늘었다“라고 말했다.
박해리(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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