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호화 출장 말 나왔다…포스코·KT&G 덮친 '사외이사 리스크'
포스코에 이어 KT&G가 사외이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사회를 둘러싼 잡음이 신임 회장·사장 선임 절차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까지 번졌다. 수장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사외이사 리스크’를 막기 위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화 출장 논란에 주주 소송까지
KT&G 이사진은 행동주의 펀드와 소송전도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백복인 KT&G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이사들이 자사주 활용 감시를 소홀히 해 회사에 1조원대 손해를 끼쳤다며 회사 감사위원회 위원장에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발송했다. FCP는 감사위가 이사들에게 손해 배상을 요청하지 않을 경우, 직접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FCP 측은 “자사주를 소각·매각하지 않고 KT&G 재단과 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호화 출장 논란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의 상황과 유사하다.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는 2019년(중국)과 지난해(캐나다) 각각 해외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이사진들에게 고급 호텔과 식사 등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등 이사 12명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됐다.
사외이사 구성 어떻길래
이러다 보니 사외이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경영진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성보다 경영진과의 친소 관계, 나아가 정권과의 인연이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KT&G의 사외이사는 임민규 전 SK머티리얼즈 사장, 김명철 스페이스 엔터테인먼트 엔터프라이즈(SEE) 고문, 백종수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고윤성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 손관수 한국자동차경주협회장, 이지희 더블유캠프 대표 등 6인이다.
FCP, 안다자산운용 등 KT&G의 지분을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들은 지난해 3월 사외이사 선임 때부터 이사진의 전문성을 놓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등 글로벌 경쟁사는 소비재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고 있지만 KT&G의 사외이사 가운데는 소비재나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규식 전 기업지배구조포럼 대표는 “KT&G의 이사진의 경우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다”며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 독립적인 의견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사회 구성에 대한 논란에 휩싸인 것은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포스코홀딩스의 사외이사는 김준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성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유진녕 엔젤식스플러스 공동대표, 김성진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비상임 이사장, 권태균 전 조달청장 등 7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을 살펴보면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최근 5년간 열린 회의에서 모든 안건을 가결처리 했다.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신뢰 잃은 이사진, 신임 사장 선임은
논란 속에서 포스코와 KT&G는 신임 CEO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내외부 회장 후보군을 12명으로 압축한 포스코그룹 CEO후보추천위는 오는 31일경 5명의 최종 후보군을 선발해 심층 면접을 진행하기로 했다. 심층면접 대상자 선정에 한창인 KT&G 지배구조위도 이달 말 숏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차기 리더십을 결정할 사외이사에 대한 논란이 잇따르자 CEO 선임 절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찰에 입건된 포스코 후보추천위원들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추가 의혹이 나오거나 기소될 경우 자격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앞서 ‘이권 카르텔’ 논란으로 초유의 경영 공백을 맞은 KT의 경우 기존 이사진이 대거 사퇴한 이후 새로 이사회를 꾸리고 나서야 대표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KT&G와 포스코의 상황을 놓고 “현 CEO가 연임을 포기해도 이사회와 내부 경영진을 통한 세습 논란이 일 수 있다”며 “계속되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이사진 쇄신 등 특단의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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