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중대재해법 유예' 무산 위기…"동네빵집도 처벌 대상"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추가 유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1/25/831c85ad-2286-4697-86bf-ec6e46f1cdcb.jpg)
본회의 전날까지 ‘중대재해법 유예’ 여야 합의 불발
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됐고, 2년 유예를 거쳐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50억원 미만) 중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정부·여당과 경영계에선 2년 더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고용장관 “동네 음식점, 빵집 사장님도 적용”
![중소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준비 실태조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1/25/a44a7dfc-4c2c-44b3-abb2-74e72c3b13a9.jpg)
실제로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이라면 흔히 생각되는 제조업·건설업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일지라도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지, 정확히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중소 사업장 1053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94%가 ‘중대재해법 적용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지금 이 순간 영세 자영업자인 동네 개인사업주, 소액 건설현장에서 대기업도 어려워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안전 인력·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종사자 수 기준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과 달리, 건설금액 기준은 하한선이 없어 사실상 전국 모든 소규모 공사장까지 처벌 대상에 들어간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건설기업의 99%가 넘는 중소건설기업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워 범법자가 양산되고, 기업의 존립은 물론 소속 종사자의 생계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수사인력 부족한데…사건은 2배 이상 확대
문제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올해 중대재해 수사관 정원이 고작 10여명 늘어나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수사인력은 거의 차이가 없지만, 중대재해법 대상 사업장은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만큼 업무 부담은 커지고 사건 처리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대재해 사고 사망자 644명 중 60.2%인 38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이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확대 적용 시) 고용부의 행정 역량이 수사에 치우쳐 산업재해 예방이나 감독 기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예방’이라는 중대재해법의 본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3년 기간 있었는데…“준비 부족” 비판도
![민주노총, 생명안전행동, 정의당이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 연장 반대 긴급행동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1/25/19f1c5af-e74a-4c7a-a0bf-a86f409948c1.jpg)
노동계도 이미 충분한 기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더 이상 법 시행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가장 앞장서서 보호해야 하는 고용부가 제 본분을 망각하고 경제단체의 호소만을 대변하고 있는 상황을 스스로 깊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대재해법 시행의 발단이 된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죽음이 전혀 줄어들지 못했는데 이번에 또 유예하게 되면 법 취지가 무색해질 게 뻔하다”고 말했다.
나상현(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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