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억 손실에도 124억 기부…그 회사 결국 전 직원 해고했다
'1조원 기부왕'으로 알려진 고(故)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해 40년 가까이 운영되던 타일 제조업체 삼영산업이 전 직원을 모두 해고했다. 경영악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24일 삼영산업과 김해시에 따르면 경남 김해시 진영읍 하계로에 본사와 공장을 둔 삼영산업이 지난 15일 자로 전 직원 130명에 대해 해고 통보를 했다. 지난달부턴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지난 1972년 9월 설립된 삼영산업은 최근 4년간 영업손실이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공시된 삼영산업 감사보고서(2020~2022)에 따르면 2020년 자본잠식에 빠진 이후 부채가 늘더니 2022년에는 247억 3444만4227원, 2023년 197억 5699만 349원을 기록했다. 현재 누적 부채는 160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로 파악된다.
전반적인 건설경기 악화로 건축용 자재인 타일 판매에 애로를 겪은 데다 원자재, 가스비 인상 등이 이어지면서 경영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이어졌던 기부 강행도 사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회장은 지난 2002년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20년간 기부를 계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 1조7000억원을 기부한 이 회장은 삼영산업이 약 152억 원 영업손실을 봤던 2020년에도 124억 53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9월 이 회장이 별세하고 그의 자녀들조차 회사가 경영 위기에 몰리자 지분 상속을 포기했다. 회사 노조가 지난 18일부터 집회신고를 해놨지만, 회사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서무현 삼영산업 노조위원장은 "그나마 임금 체불은 없지만 당장에 심각한 것은 직원들의 퇴직금 32억원은 사측에서 지급 여력이 없다고 한다"며 "대부분 평생직장으로 일해온 노동자들이 많은데 재취업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창업주인 이 회장 아들인 이석준 회장도 삼영산업 대표로 있었고 선대의 피땀이 서린 사업장에 대한 책임 의지를 갖추고 사태를 챙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기문 삼영산업 대표는 "이달 말까지 외상매출금 등을 최대한 회수해 퇴직금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양산지청과 김해시는 해당 회사 직원들의 체불임금 상황과 퇴직금 관련 대책 등을 확인하고 있다.
한지혜(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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