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달 1번 전화, 고독사 아니다" 죽어서도 외면 당한 그들
지난달 19일 오후 7시 45분 서울 갈현동의 다세대 주택 3층에서 50대 남성 김모씨가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악취가 난다”는 위층 주민의 신고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은 문을 강제 개방해 김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인데다 알콜중독·독거·지병 등의 이유로 고독사 위험가구 모니터링 대상자였다. 사망 시점도 시신 발견 4~5일 전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김씨의 죽음은 일반 병사로 처리됐다. 갈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한달 1번씩 안부 전화를 했다”는 이유였다. 서울시 관계자도 “법령을 따져보면 주기적 모니터링도 사회적 교류”라고 주장했다.전문가들은 이 법에 따른 고독사 예방활동을 주변 사람과의 교류로 볼 순 없다고 지적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김씨의 경우 외부와 고립돼 살다가 사망한 지 5일 뒤쯤 발견된 전형적인 고독사”라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달에 1번 전화했다고 사회적 유대관계가 쌓일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기준이 모호해 지방자치단체의 고독사 집계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서만 한 해 500건 이상 고독사가 일반 병사 등으로 처리되고 있다. 숨진 뒤 사흘 넘게 지나 시신이 발견된 경우 고독사로 분류하는 보건복지부 통계와 비교한 결과다.
보건복지부가 고영인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9년~2021년) 간 서울시에서 자체 판단한 고독사는 연평균 65.3건이었지만,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고독사는 연평균 572건이다. 부산시 역시 연평균 19.3건으로 복지부(연 299.3건)보다 280건 적었다. 2021년만 보면 부산시 집계(14건)는 복지부(329건)와 315건, 즉 22.5배나 차이 났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고독사 집계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위험군을 방치하는 건 아니다”며 “체계적인 연구와 실태조사를 통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지자체 고독사 분류는 경찰에서 고독사로 추정되는 시신을 부검 결과를 통보받아 사망자의 정보 등을 종합해, ‘사회적 고립 상태’를 따진 뒤 고독사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선 ‘동거고독사’에 대해 “가족과 같이 살았는데 왜 고독사냐”(은평, 서대문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란 반응이 나왔다. 법적으론 수원 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6월 고독사예방법이 개정되면서 동거고독사도 인정된다. 고독사 정의도 ‘홀로 사는 사람의 죽음’에서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의 죽음’으로 바뀌었다.
‘시신 발견 시점’ 기준도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서울‧부산에선 사망한 지 3일 이후, 전북‧전남 등은 사망한 지 5일 이후에 발견돼야 고독사다. 고독사 위험군에 속한 정모(74)씨는 지난 14일 서울 청파동 노인고시원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지만 사망 시점이 3일 이내로 추정되면서 고독사로 인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2027년까지 현재 사망자 100명당 1.1명인 고독사를 20% 줄이겠다고 목표를 내건 데 대한 불만도 크다. 영등포의 한 관계자는 “복지시스템 전반이 개선돼야 고독사가 줄 텐데 수치만 내세운 것 같다”며 “결국 목표를 맞추려고 고독사 처리하지 않은 경우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만큼 예방 우수사례를 내세워야 하다 보니 집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일본처럼 고독사 대신 고립사로 개념을 확장해 ‘사회적 고립자’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교수는 “비자발적인 사회적 단절을 뜻하는 ‘고립’이란 표현을 사용한다면, 비협조적인 고독사 위험군 설득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애매하던 기준도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규(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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