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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흑연 없다"...수출 통제에 전기차 둔화까지, 배터리주에 시련

“새해 들어 중국 정부가 고순도 흑연 수출 승인을 진행 중이다. 심사가 진행 중이고 승인을 거절한 것도 아니라서 지켜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지난 22일 이렇게 말했다. 고순도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중국 전기차 생산기업 1위인 비야디(BYD)가 노르웨이에 수출할 차량을 선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고순도 천연흑연 수출을 통재하고 있다. 사진 바이두
배터리 업계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했다. 전기차 성장률 둔화에 더해 중국 정부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까지 겹쳐 새해엔 호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들어 실적 하락 전망이 잇따르며 상장된 배터리 기업 주가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에 공급망 위기까지 더해지며 배터리 업계 전체가 불황의 터널에 빨려들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불씨를 댕긴 건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수출 통제 대상이던 인조흑연에 더해 배터리 음극재용 고순도 천연흑연을 새롭게 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다. 중국 정부는 “흑연이 군사 용도로 전용되는 걸 막겠다”며 수출 신청 건마다 심사해 허가를 내주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8월 반도체 제조용 갈륨과 게르마늄에 이어 천연흑연까지 수출 통제 품목에 올린 건 중국이 배터리 산업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이 수출하는 흑연 물량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지난해 12월 중국의 천연흑연 수출량은 3973t(톤)으로 수출 통제 직전인 11월 대비 91%가 줄었다”며 “수출 통제 직전인 11월엔 외국 기업들이 서둘러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수출 물량이 4만5000t을 넘었었다”고 보도했다.
김주원 기자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는 한국 배터리 업계에 악재다. 세계 흑연 채굴량 130만t 가운데 중국 채굴량의 비중이 65%(85만t)로 높기 때문이다. 중국이 흑연 수출을 틀어막으면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재고가 쌓여있고, 그동안 수입처를 다변화한 덕분에 2021년 ‘요소수 대란’ 때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중국의 흑연 통제가) 장기화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3사와 국내 소재 기업들은 핵심 광물 공급처를 호주와 미국, 아프리카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천연흑연을 인조흑연으로 대체하는 한편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도 개발하고 있다. 천연흑연을 대체하는 인조흑연은 석탄이나 석유를 정제한 코크스로 만든다.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4'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지하 터널을 전기자동차로 이동하는 테슬라의 '베가스 루프'가 운영되고 있다.전기차 판매량 하락 전망으로 테슬라 주가는 새해 들어 주춤하고 있다. 뉴스1
흑연 수출 통제가 일시적 외환(外患)이라면 전기차 성장률 하락은 구조적 내우(內憂)다. HM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117.1%(2021년)→65.2%(2022)→26%(2023)→23.9%(2024)로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배터리의 주 수요처인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더뎌지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 주가는 새해 들어 하락세다. 삼성SDI 주가는 23일 35만8500원으로 장을 마쳐 1년 새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이날 장중 37만150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주당 100만원을 넘어섰던 ‘황제주’ 에코프로는 최근 5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주원 기자

에코프로비엠 등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에 적자를 냈을 것이란 전망도 주가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59억원으로 전년(1659억원)보다 78.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3일 공시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에 연동된 배터리 제조 및 소재 기업 수익성도 나빠지는 중이다. 여기에 현대자동차·BYD 등 양산차 기업은 배터리 자체 생산을 염두에 두고 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등 배터리 가격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창민 KB증권 애널리스트는 “2차 전지 소재 업체들의 지난해 4분 실적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기차 수요 둔화 흐름에 더해 고객사들의 강도 높은 재고 조정으로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출하량 쇼크를 겪을 수 있다. 특히 배터리 양극재 업체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리튬가격 변동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자원정보서비스]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힘든 배터리 기업은 생산 시설 확충보다 차세대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제조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2025년 출시하는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LFP 시장은 향후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라며 “시제품 개발과 동시에 전기차 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헌.박영우(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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