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향해 쏟아지는 尹 묻지마 구애…'산토끼' MZ 표심 노렸다
흔히 ‘1400만 개미’로 불리는 개인 주식투자자는 총선용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대책이란 지적을 감수하면서도 정부가 구애에 나설 정도로 규모가 크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주식 투자자는 1424만 명이다. 2020년 900만명 대비 58% 급증했다. 2023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른 올해 총선 유권자(4438만명)의 32% 수준이다.
규모도 크지만 실체가 분명하다. 주식 투자자는 평소 대기업에 비판적이더라도, 일단 투자하고 나면 기업 친화적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 돈을 건 주식 투자자는 속성상 증시의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을 바란다. 기업의 자유로운 영리 행위와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며 “주식 투자 행위 자체는 위험을 감수하는 진보 성향에 가깝지만, 일단 주식을 보유한 뒤 보수 성향이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미는 덩치도 크지만, 연령대별로 봤을 때 정부가 공략해야 할 2040 MZ 세대와도 겹친다. 개미의 절반 이상이 2040세대라서다. 결제원의 주식 투자자 분석에서도 40대가 22.9%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21.2%), 30대(19.9%), 20대(12.7%), 60대(12.4%) 순이다.
연초 집계한 본지 신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8~29세(국민의힘 23%, 민주당 32%), 40대(국민의힘 26%, 민주당 39%), 50대(국민의힘 36%, 민주당 43%)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우위였다. 30대(국민의힘 37%, 민주당 32%)에선 경합을 벌였다. 국민의힘이 우위를 보인 건 60대(52%), 70대 이상(66%) 등 노인층이었다.
김형준 배재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60대 이상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한 여당 입장에선 선거 때마다 최대 부동층으로 떠오른 ‘산토끼’ MZ 유권자 표심을 잡는 게 중요해졌다”며 “정부가 유권자 수 대비 주식 투자 비율이 높은 개미 투자자 구애에 나선 까닭”이라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도 의미가 있다. 지역구 의석 253석 중 121석(47%)을 차지하는 수도권이 총선의 최대 승부처라서다.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서울 49석 중 41석, 경기도 59석 중 51석, 인천 13석 중 11석을 차지하는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결제원 분석에 따른 지역별 주식 투자자는 경기(26.3%)가 가장 많고 서울(24.6%), 부산(6.1%) 순이다.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수도권 유권자 비중보다 주식 투자자 중 수도권 투자자 비중이 훨씬 큰 만큼 주식 투자자를 공략하는 건 선거 대책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MZ 세대는 ‘공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면서도 기업·재벌의 경영 활동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며 감세 정책을 지지하는 등 이분법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가 꺼리는 제도고, 대주주 양도세 완화나 금투세 폐지 등 대책은 실제 혜택받는 층이 ‘큰 손’이지만 증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MZ 주식 투자자에게 먹혀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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