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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103명 두셨다"…전재산 51억 내준 '충북대 어머니' 마지막길

'충북대 어머니'로 불리는 고 신언임 여사는 51억3000만원을 기탁했다. 사진 충북대
18세에 초교 졸업…"충북대 학생이 자식"
행상으로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탁해 ‘충북대 어머니’로 불린 신언임 여사가 91세 나이로 영면했다.

충북대는 22일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고창섭 충북대 총장을 비롯한 유족, 교직원, 졸업·재학생 등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영결식을 거행했다. 신 여사는 신부전증으로 투병하다 지난 19일 생을 마감했다. 충북대는 학교장을 치른 뒤 고인을 학교 안에 있는 교육독지가 선영에 모셨다.

옛 청원군 오창면에서 태어난 신 여사는 1남 8녀 중 다섯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남보다 4년 늦게 주성국민학교에 입학, 18세에 겨우 졸업했다. 전매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2세에 결혼했지만, 얼마 안 가 혼자가 됐다. 결혼 생활 동안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온갖 설움을 받았다고 한다.
22일 충북대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신언임 여사 영결식에 장학금을 받은 졸업생들이 큰 절을 하고 있다. 사진 충북대
마지막 남은 재산까지 충북대 기탁
그는 자식을 두지 못한 아쉬움과 배움에 대한 한(恨)을 잊기 위해 장사에 매달렸다. 시장 어귀에서 ‘가치담배’를 팔거나 노점을 운영하며 억척같이 돈을 모았다. 행상하다 손발에 동상을 얻기도 했다. 신 여사 생전 사진을 보면 검지와 중지가 굽어 있다. 그는 어렵게 모은 재산을 1993년 6월 충북대에 기탁했다.

당시 기탁한 재산은 청주 남문로 소재 30억원 상당 3층짜리 건물이다. 충북대는 이 상가를 팔아 장학기금 33억원을 마련했다. 신 여사는 이어 충북대 개교 60주년이던 2011년 9월엔 현금 10억3000만원을 기탁했다. 2018년 12월엔 남은 재산인 청주 북문로 소재 8억 상당 건물을 기증했다. 당시 신 여사는 “죽어서도 수많은 자식이 공부하는 충북대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충북대는 고인의 이름을 딴 ‘신언임 로스쿨장학금(1993년)’ ‘신언임 충효 장학금(2011년)’ ‘신언임 장학금(2018년)’을 만들었다. 현재 연간 10명에게 장학금으로 총 5000여만 원을 준다. 지금까지 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103명에 달한다. 충북대는 2011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신 여사에게 명예 행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2015년 신축한 충북대 평생교육원 강당을 ‘신언임홀’로 명명했다.
신언임 여사가 생전 충북대 학생들과 벤치에 앉아 웃고 있다. 사진 충북대
“어머니 삶 기억하길” 신언임 장학생 103명
이날 영결식에는 신언임 장학금 받고 공부한 졸업생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이들은 신 여사를 ‘어머니’라 불렸다. 2017년 로스쿨 장학금을 받은 나도 변호사는 사흘간 장례식장에 머물며 상주 역할을 했다. 장학생들은 신 여사와 함께 괴산 쌍곡계곡이나, 전북 무주 구천동에 가서 야유회를 할 정도로 수십년 동안 관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어버이날은 신 여사 집에서 음식을 나눠 먹고, 잠을 자기도 했다.

1993년 2기 장학생에 선발된 함영규검찰사무관은 “어머니는 안 먹고, 안 쓰시면서도 자식같은 학생에게는 모든 것을 베풀고 떠나셨다”며 “명절과 생신, 어버이날엔 장학생들과 함께 꼭 안부 인사를 드리러 왔다. 냉장고 안에서 아껴뒀던 음식을 꺼내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1기 장학생인 장병준(54)·이정옥(53)씨 부부는 평소 근검절약하던 신 여사를 회상했다. 이씨는 “학교에 거액을 기부하면서도 자신은 구멍 난 내복을 입거나, 늘어진 옷도 부끄러워하지 않으셨다”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지만, 100명이 넘는 자식을 두신 것과 다름없다. 그의 참된 삶을 많은 사람이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종권(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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