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103명 두셨다"…전재산 51억 내준 '충북대 어머니' 마지막길
18세에 초교 졸업…"충북대 학생이 자식"
충북대는 22일 대학본부 대강당에서 고창섭 충북대 총장을 비롯한 유족, 교직원, 졸업·재학생 등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영결식을 거행했다. 신 여사는 신부전증으로 투병하다 지난 19일 생을 마감했다. 충북대는 학교장을 치른 뒤 고인을 학교 안에 있는 교육독지가 선영에 모셨다.
옛 청원군 오창면에서 태어난 신 여사는 1남 8녀 중 다섯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남보다 4년 늦게 주성국민학교에 입학, 18세에 겨우 졸업했다. 전매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2세에 결혼했지만, 얼마 안 가 혼자가 됐다. 결혼 생활 동안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온갖 설움을 받았다고 한다.
마지막 남은 재산까지 충북대 기탁
당시 기탁한 재산은 청주 남문로 소재 30억원 상당 3층짜리 건물이다. 충북대는 이 상가를 팔아 장학기금 33억원을 마련했다. 신 여사는 이어 충북대 개교 60주년이던 2011년 9월엔 현금 10억3000만원을 기탁했다. 2018년 12월엔 남은 재산인 청주 북문로 소재 8억 상당 건물을 기증했다. 당시 신 여사는 “죽어서도 수많은 자식이 공부하는 충북대와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충북대는 고인의 이름을 딴 ‘신언임 로스쿨장학금(1993년)’ ‘신언임 충효 장학금(2011년)’ ‘신언임 장학금(2018년)’을 만들었다. 현재 연간 10명에게 장학금으로 총 5000여만 원을 준다. 지금까지 이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103명에 달한다. 충북대는 2011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신 여사에게 명예 행정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2015년 신축한 충북대 평생교육원 강당을 ‘신언임홀’로 명명했다.
“어머니 삶 기억하길” 신언임 장학생 103명
1993년 2기 장학생에 선발된 함영규검찰사무관은 “어머니는 안 먹고, 안 쓰시면서도 자식같은 학생에게는 모든 것을 베풀고 떠나셨다”며 “명절과 생신, 어버이날엔 장학생들과 함께 꼭 안부 인사를 드리러 왔다. 냉장고 안에서 아껴뒀던 음식을 꺼내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1기 장학생인 장병준(54)·이정옥(53)씨 부부는 평소 근검절약하던 신 여사를 회상했다. 이씨는 “학교에 거액을 기부하면서도 자신은 구멍 난 내복을 입거나, 늘어진 옷도 부끄러워하지 않으셨다”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지만, 100명이 넘는 자식을 두신 것과 다름없다. 그의 참된 삶을 많은 사람이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종권(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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