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살아 돌아와"…칼 간 삼성, S24에 탑재한 야심작
울트라엔 스냅드래곤 탑재…"정면승부는 무리"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인 엑시노스 칩을 퀄컴보다 낮은 자리에 놓은 데는 현실적 고민이 컸다. 비교 대상인 퀄컴의 신형 칩 성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퀄컴이 공개한 스냅드래곤8 3세대는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모든 면에서 애플의 최신 프로세서 A17 프로에 근접한 ‘역대급 성능’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선보일 샤오미 등 안드로이드 진영의 최상위 스마트폰에도 스냅드래곤이 자리한다는 뜻이다.
실적 효자 노릇 톡톡…"포기 못해"
무엇보다 안드로이드 진영 안에서라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최적화 여부에 따라 사용성에서 충분히 제 성능을 발휘,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무리는 아니다. 갤럭시 S24가 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모델인 만큼 AI 연산을 결정짓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을 확 끌어올린 엑시노스2400가 차가운 평가를 받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마트폰 기기를 판매하는 회사로 꼽힌다. 칩 내재화에 성공 한다면 비용 절감과 이익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 등 네트워크 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엑시노스는 포기할 수 없는 교두보다.
최상위 칩셋 개발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당장 꼭 1등을 할 필요는 없다”며 “엑시노스 성능이 중·상급 스마트폰에 무난하다는 인식만 심어줘도 삼성전자 입장에선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다”고 말했다.
"성능 격차 줄여 반격 기틀 마련"
성능 격차를 좁혀 반격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말 많고 탈 많던' 미국 AMD와 파트너십을 통해 탄생한 GPU는 현재까지 공개된 벤치마크(성능실험) 결과 스냅드래곤8 2세대와 3세대 사이에 있는 수준이다. 실제 성능이 벤치마크 결과와 유사하게 나와도 칩을 설계한 시스템LSI사업부는 물론 칩을 만든 삼성 파운드리 4나노미터(㎚·1㎚=10억 분의 1m) 핀펫 공정은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처음부터 갤럭시 맞춤형 설계가 이뤄지는 데다 역대 최초로 3나노 공정에서 엑시노스를 생산할 수 있다. IT 업계에선 아예 '엑시노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 이름을 내세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모든 결과는 국내 출시일인 이달 31일 이후 판가름난다.
이희권(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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