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이준석, 신당에 뼈 묻을 각오…이낙연과 합쳐야 성공" [인터뷰]
“이낙연·이준석 신당이 반드시 단일 정당으로 합쳐야 제3지대가 총선에서 성공할 수 있다.”조기숙 이화여대(국제학) 교수의 지론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 교수는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의 물밑 조언자이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가깝다. 이른바 '낙준(이낙연-이준석) 연대'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펴낸 『어떻게 민주당은 무너지는가』에서 여야 탈당파와 이 위원장 등이 결합한 신당을 내다보기도 했다.
17일 이대 연구실에서 조 교수를 만나 제3지대 전망을 물었다. 조 교수는 “시대정신만 일치하면 세부 정책이 달라도 합칠 수 있다”며 “제3지대 인사들은 정책이 100% 일치해야 합칠 수 있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1/18/b3cb96d8-324c-4b01-90f0-e0ad310e1c84.jpg)
Q : 이준석 위원장 조언자로 나선 계기는
A : “한때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골수 지지자였던 아들이 지난 대선 때 ‘이준석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뽑았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이 위원장에게 관심을 갖고 소통하게 됐다.”
Q : 어떤 이야기를 했나
A : “이 위원장은 신당에 뼈를 묻을 각오다. 향후 국민의힘에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더라. 신당이 성공하지 못하면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고했다.”
Q : 이 위원장은 이낙연 전 대표와의 연합에 신중한 것 같다.
A : “‘이 전 대표 측이 입장을 바꿔야 합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민주당 탈당파는 당론을 무조건 강요하는 게 싫어서 당을 나왔다. 이 위원장이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김종민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회동했다. 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1/18/1be72f28-cce5-477b-bba6-a00d707092f9.jpg)
제3지대 신당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양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신당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강성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탈당파를 겨냥해 “배신을 처단해야 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Q : 왜 신당에 힘을 싣나
A : “양당 대결로 가면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당이 나와야 그 구도를 흔들 수 있다.”
Q : 왜 여당이 우세하다고 보나
A :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정부 심판론에 공감하는 이들 중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기대감을 가진 이들도 있다. 일부는 여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친명 일색인 민주당에 염증을 느낀 중도 진보층은 기권하면 했지 민주당에 표를 던지지 않을 거다.”
Q : 민주당 현역 의원 탈당이 예상보다 적다는 의견도 있는데
A : “현실 정치를 하는 이들이다. 공천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결단 내리기가 쉽지 않을 거다. 다만, 민주당의 몰락에는 친명계 의원들보다 침묵한 비주류 의원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회망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류호정 의원,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양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왼쪽부터) 강정현 기자](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4/01/18/4bad571b-7960-4501-b91a-d18bf679a447.jpg)
정치권에서는 굵직한 분파만 6개에 달하는 제3지대 인사들이 과연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젠더 이슈 등 예민한 사안을 놓고 이 위원장, 이 전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류호정 의원 지지층이 충돌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Q : 잡음 없는 연합이 가능할까
A : “먼저 상대적으로 가까운 이 전 대표와 미래대연합이 힘을 합치고 다른 신당도 결합한 뒤에 이 위원장의 개혁신당과 담판을 지어야 한다. 만약 합치지 못한다면 지지가 분산돼 파괴력이 확 떨어질 것이다.”
Q : 비례대표 의석 배분도 민감한 사안인데
A : “우리 편이 한 자리라도 더 얻겠다는 모습을 보인다면 치명적이다. 전체 파이를 키우겠다는 애티튜드(attitude·태도)가 중요하다.”
Q : 젠더 이슈에 대한 시각차도 쟁점이다
A : “이 위원장을 지지하는 20·30대 남성들의 반(反)페미니즘 기류를 제3지대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신당이 남녀 갈등을 조장해서도 안 되겠지만, 남성을 혐오하는 수준의 극단적 페미니즘과는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현실 정치에 직접 등판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늘 ‘시민사회를 지켜야 소신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내게 강조했다“며 “내가 정치권 밖에 있어야 이낙연·이준석 모두에게 쓴소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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