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도 흔들린 글로벌 교역, "올핸 완만한 회복, 韓 수출 개선"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팬데믹 이후 글로벌 성장·교역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 유행 이후 세계 성장 대비 교역 증가율(교역탄성치)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게 '빠른 반등 후 둔화' 양상을 보였다. 다만 2021~2023년 교역탄성치는 평균 1.2로 2010~2012년(1.6)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금융위기 이후와 비교해 경제성장 대비 교역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뎠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엔 0.3에 그치면서 교역 부진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기엔 ▶분절화 심화 ▶통화 긴축 ▶서비스 중심 회복 등 3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우선 미국·중국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은 각국 관계에 균열을 내면서 교역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물가 대응을 위한 글로벌 통화 긴축도 교역을 위축시켰다. 특히 국제유가·달러화의 동반 강세는 제조업 생산과 교역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또한 팬데믹으로 대면·비대면 수요가 나뉘고, 상품·서비스 수요가 서로 대체되는 관계가 형성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2022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후에도 세계 경제는 주로 서비스 부문만 회복되면서 상품 중심의 교역 회복이 더딘 양상을 나타냈다.
한국 무역도 2022년 하반기부터 긴 부진의 터널에 빠진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수출액은 전년 대비 7.5% 감소했고, 수입액도 12.1% 줄었다. 중국 등 주요국으로의 수출이 줄줄이 역성장한 여파다. 12개월 연속으로 수출이 감소하다가 바닥을 찍은 반도체 업황 등에 힘입어 지난해 10월부터 증가세로 반등했다.
그래도 한은은 올해 세계 교역이 점차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3대 변수 가운데 통화 긴축, 서비스 선호 영향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돼서다. 이는 무역 의존도 높은 한국의 수출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첨단산업 정책 활성화, 고금리 여파로 미뤄진 글로벌 투자 회복도 호재로 꼽혔다. 미·중 등 주요 교역 대상국의 수입 수요 증감률은 지난해 -0.6%에서 올해 3.3%로 개선될 거란 분석이다. 박세준 한은 조사총괄팀 차장은 "한국 경제는 세계 교역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IT(정보기술) 경기 반등에 힘입어 수출·설비투자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올해 글로벌 분절화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동 불안·중국 경제 부진 같은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또한 올해 세계 교역 신장률(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3.5%)도 코로나 이전 평균치(2007~2018년 3.8%)를 여전히 밑돌 거란 예측이 나온다. 향후 수년간 세계 교역이 세계성장률과 비슷하거나 다소 밑돌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내 수출 환경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한은 박세준 차장은 "올해 교역 여건 자체는 좋아지지만, 중동 문제 전개에 따른 하방 리스크는 상당히 많다고 본다"면서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수출경쟁력·성장경로는 글로벌 분절화 리스크와 기술 혁신, 친환경 경제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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