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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대만도 "반도체 클러스터 만들 것"…이젠 정치력 승부다 [현장에서]

" “대만에 (반도체) 종합 클러스터가 구축되게 지원하겠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 13일 당선 연설) "
"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15일 민생토론회) "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정치력 경쟁’이 시작됐다. 양국 정상은 최근 연달아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외쳤다.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일정 지역에 모여 집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자국 생태계를 빈틈없이 살찌워 ‘반도체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런데 클러스터 조성에는 중앙·지방 정부와 부처, 주민 등 각종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조정하는 ‘초격차 정치력’이 요구된다.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 발표 핵심, ’622조’보다 ‘인프라’
“체감하는 문제를 짚어줘서 반갑다. 관건은 속도다.” 대통령 발표에 대한 17일 반도체 산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발표 첫머리는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용수·교통 같은 인프라를 빠르게 공급하겠다는 내용으로, 그 외 622조원 민간 투자나 반도체 인재 육성 등은 기존 발표의 재확인이었다.

업계에서는 “전력·용수 인허가만 빨리 나와도 어디냐”고 한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이 인접 지방자치단체의 전력·용수 인허가 문제로 2년 가까이 지연된 후, “한국 반도체 산업의 최대 장애물은 지방 공무원”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예산을 틀어쥔 기획재정부, 규제 부처인 환경부를 힘겹게 넘어도 지자체 민원에 막히면 답이 없다는 것. 정부도 심각성을 안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에너지실에서 별도 거버넌스를 구축해 전력 확보에 속도를 내려 한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학교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반도체 전력법’, 21대 처리 아슬아슬
중앙 정부가 키를 잡을 수 있는 근거 법안은 국회에 올라와 있다. 지난해 10월 김성원(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국가기본전력망 확충법’으로,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가 특정 사업에 대해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개선하고 부처·지자체·사업자 간 갈등을 중재하며, 지역 주민 보상도 기존보다 더 많이 해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유사 법안이 야당에서도 올라왔다. 여야 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있다는 얘기다.

김성원 의원은 17일 중앙일보에 “이런 법안의 통과 여부는 한국 반도체 생산 주문을 고려하는 외국 고객사에게 중요한 시그널”이라며 “정파를 넘어 국익의 차원이므로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의도가 총선 모드에 돌입한 이상, 법안 심사가 지연되고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법안은 폐기된다.



라이칭더가 당선 첫머리 ‘클러스터’ 외친 배경은
13일 대만 총통에 당선된 라이칭더 당선인이 당선 연설에서 '대만 종합 클러스터 구축'을 외쳤다. AP=연합뉴스

삼성과 TSMC는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최첨단 반도체를 누가 먼저 내놓느냐를 놓고 경쟁 중이다. 양사 모두 2027년 양산 목표다. 그런데 TSMC 계획은 ‘정치의 실패’로 지연 위기다. TSMC는 대만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인 북부 신주 과학단지 인근 롱탄에 1.4 나노 팹(Fab)을 짓기로 했으나, 용지 확보를 장담한 대만 정부가 지역 주민과의 협의에 실패했다. TSMC는 결국 지난해 10월 예정지를 중부 타이중으로 옮겼다. 2023년 말 설계에 착수한다던 계획은 6개월 이상 지연될 전망이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첨단 공정 3나노 팹을 타이난에 유치한 주인공이다. TSMC가 3나노 팹 위치를 물색하던 2016~2017년, 라이 당시 타이난 시장은 용지·전력·용수·환경문제 등의 완벽한 해결을 약속해, 미국행을 저울질하던 TSMC를 붙잡았다. TSMC의 ‘3나노 2022년 양산’ 계획은 타이난에서 달성됐고, 타이난은 대만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됐다. 그가 총통 당선 직후 연설에서 ‘종합 클러스터’를 외친 건 빈말이 아니다.

반도체 둘러싼 딜레마도 비슷
대만 북부 신주 과학단지의 TSMC 전경. AP=연합뉴스

“TSMC에게 좋은 게 대만에 좋은 거냐”, “전력·환경 문제 있는데 이 좁은 땅에 꼭 지어야 하냐”.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스(FT)가 ‘대만 선거에 드리운 TSMC의 그림자’라는 기사에서 소개한 대만 내 목소리다. TSMC는 대만의 보물이지만, TSMC 시가총액이 대만 증시의 27%를 차지하고 반도체가 대만 수출의 42%를 차지하는 등 쏠림이 심해 ‘애증의 TSMC’이기도 하다는 것.

TSMC를 삼성으로 바꾸면 한국에서도 익숙한 지적들이다. 삼성전자 시총은 유가증권 시장의 17.9%, 반도체의 한국 수출 비중은 15.6%다. 한국과 대만, 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사회 통합과 균형 발전도 이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력의 진검 승부다.

정치인들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며, ‘우문현답’을 자주 거론한다. 그러나 해결의 실마리가 현장에 있어도 그걸 풀어내는 건 정치의 몫이다. 한국 반도체 클러스터의 ‘우문정답’을 기대한다. 우리의 문제는 정치가 답을 줘야 한다.



심서현(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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