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70년 남북관계까지 버렸다…"美대선 노린 전쟁팔이" [view]
“오늘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근 80년간의 북남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에 병존하는 두 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우리 공화국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하였습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 등을 “필수불가결의 공정”으로 강조하면서다.
결국 여기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셈법을 바꾸고, 총선 국면에 돌입한 한국 내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전쟁이냐 평화냐’를 협박하는 재래의 위장 평화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과 정부는 하나가 돼 북한 정권의 기만전술과 선전, 선동을 물리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윤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은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며 김정은의 적대국가론도 정면 반박했다.
미 대선 앞둔 전쟁팔이 ‘올인’
이런 ‘전쟁팔이’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평화의 중요성을 부각하려는 고전적 수법이다. 실제 미국 내 일부 전문가 그룹에서는 “김정은이 1950년 할아버지처럼 전쟁에 나설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밥 칼린 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지그프리트 헤커 교수, 11일 ‘38노스’ 기고), “올해 핵전쟁 발발을 염두에는 둬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 진심으로 관계 정상화를 추구해야 한다”(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 11일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 등의 의견이 나온다. 이는 한국 내 여론에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 김정은은 이런 분위기를 적극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궁극적으로 미 대선 국면에서 북핵 이슈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협상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해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바이든 ‘北 자극 말자’ 변화 노리나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이 지금의 압도적 대응 태세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하고,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줄인다면 김정은에게는 그 자체로 큰 이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도 최고 수준의 한·미 확장억제가 가동 중인 만큼 김정은으로서는 핵전쟁 위협을 높이는 것이 잃을 게 없는 ‘꽃놀이패’가 되는 셈이다.
‘文 학습효과’…한국 전략적 가치 ‘0’ 판단
남북경협으로는 지금의 경제적 난국 타개가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기엔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문재인 정부도 미국의 ‘비핵화 전 제재 완화 불가’ 입장으로 인해 경제적 실익을 가져다주지 못한 데서 얻은 ‘학습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설득하지도, 단독으로 경제협력을 감행해 돈벌이 통로를 뚫어주지도 못하니 더 이상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없다고 본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핵심은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제거하는 것으로, 더 이상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은 당사자가 아니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민족에게 핵을 쓰는 것은 통일 전선 논리에 모순되기 때문에 민족이란 장애물을 없애고, 한국을 향해 핵을 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한 명분 쌓기”라고도 해석했다.
실제 김정은은 시정연설에서 “전쟁은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끔찍하게 괴멸시키고 끝나게 만들 것” “핵무기가 포함되는 자기 수중의 모든 군사력을 총동원하여 우리의 원수들을 단호히 징벌할 것” 등으로 한국을 위협했다.
“전민항전” 결국은 내부 결속
김정은은 “전민항전으로 나라도 지키고 혁명적대사변도 맞이하자”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은 군력 강화에 필요한 모든 것을 최우선적으로, 가장 질 높게 보장하는 것을 철칙으로” 등의 발언을 내놨다. 특히 ‘정치사상교양사업’을 강조하며 “정치사상적 및 군사기술적 우세로써 적들과의 대결에서 반드시 이겨야”한다며 사상통제 강화도 예고했다. 북한 내 ‘한류’ 차단이 목적이란 점도 은연 중 드러낸 것이다.
김영수 서강대 명예교수(북한연구소장)는 “지난해 ‘평양 문화어 보존법’을 만들 정도로 북한 내에서 남쪽 말을 많이 쓰고, 드라마 등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폐쇄성이 느슨해졌기 때문에 이를 틀어잡기 위해서 민족을 부정하고 강대강으로 가면서 체제 결속을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로서는 압도적 대응 태세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대화와 협상 시도를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 관리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적대국 규정을 영구적인 조치로 보는 데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나 내부 사정이 달라지면 주적 규정도 얼마든지 다시 이뤄질 수 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긴장 국면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남북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어느 쪽도 계획된 전면전쟁을 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과도하게 높은 긴장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충돌 및 확전 방지 등 위기 관리, 위기 소통을 위해 남북이나 북·미, 동북아 차원의 정치·군사 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은 “우리가 키우는 최강의 절대적 힘은 그 무슨 일방적인 《무력통일》을 위한 선제공격수단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대남무력통일에 대한 의도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고 지금까지도 지속해서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해왔다”며 “우리 군은 이런 점을 직시하면서 북한군의 도발과 위협에 대비해서 확고한 정신적, 군사적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지혜.이유정(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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