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100일…유엔 "팔 2만4000명, 이스라엘 1200명 사망"
지난 14일(현지시간)로 발발 100일을 맞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인 2만 4000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고 유엔(UN)이 밝혔다. 하마스에 납치돼 돌아오지 못한 인질은 100명 이상이다. 미국은 저강도 전쟁으로 전환하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완전한 승리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UN)에 따르면 지난 10월 하마스의 새벽 기습 이후 진행된 전쟁으로 이날까지 팔레스타인인 2만 4000명, 이스라엘인은 1200명가량 숨졌다. 대부분 민간인 피해자다.
하마스가 새벽 기습 당일 끌고 간 인질 문제 해결도 답보 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11월 일주일간의 휴전 후 이스라엘-하마스 간 합의로 일부 인질이 석방됐지만, 여전히 인질 130명이 억류돼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납치한 132명 중 25명은 억류 중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하마스는 인질 3명의 육성과 신상이 담긴 37초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촬영 일자는 명시되지 않았다. 인질들은 영상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이슬람 단체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자신들을 석방해 달라" 촉구했다.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인질들의 생사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인해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하마스 대변인 아부 우바이다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인질 상당수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나머지 인원도 위험에 처해 있다"며 이스라엘을 향해 "적들은 그들의 운명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완전한 승리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저강도 전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미국 입장과 상반된 발언이다. 이 자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포함한 그 누구에 의해서도 (전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도 지난 9일 중동 확전 방지를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하마스 지도부를 찾고 인질을 구출할 때까지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에서 작전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 간 접촉도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전 초부터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거의 매일 통화했지만, 지난달 23일 이후 엔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 내에서 이스라엘의 저강도 전쟁 전환 시간표가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의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워싱턴포스트(WP)에 "그들(이스라엘)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더는 의미가 없다"며 "이제 미국 우선순위는 이스라엘이 이달 내 고강도 작전을 이행하는 걸 그저 용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관리는 "가능한 한 빨리 저강도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스라엘을 보다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세계 곳곳에선 전쟁 종식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에서는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친이스라엘 시위가 이어졌다. 파리에선 이스라엘 국기를 매단 오토바이 100여대가 시내를 주행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가족들이 인질들의 즉각 송환을 요구하며 13일 밤부터 24시간 철야 집회를 열기도 했다.
파키스탄·튀르키예 등에선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이어졌다.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는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종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김민정(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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